북한 억류 6일만에 풀려나 26일 새벽 속초항에 도착한 민영미(閔泳美·35)씨는 몹시 지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왼쪽 팔목에 링거주사를 꽃은채 들것에 실려나온 민씨는 불안을 떨치지 못한 듯 창백한 표정이었다.민씨는 북한 억류에서 벗어나 긴장이 풀리면서 탈진했으며 속초항에 도착한후에도 극심한 정신적공황에 시달려 한동안 예인선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의료진이 잇달아 예인선에 들어가 민씨의 건강을 체크하고 응급조치를 취했으며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남편 송준기(宋俊基·38)씨는 민씨 도착직후 경찰의 안내를 받아 예인선에 들어가 잠시 부인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들것에 실려나온 민씨는 곧바로 대기중인 아산재단 강릉병원의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로 이송돼 서울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예인선에 동승한 현대 관계자들은 『장전항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별 이상을 보이지 않고 건강하던 민씨가 오후 8시께 가족들과 통화한 후 긴장이 풀린 듯 극도의 심리불안 상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에 앞서 속초항으로 향하는 현대 예인선에서 남편에 이어 친청집 식구들과 극적으로 통화했다. 첫번째 통화는 예인선에 동승한 현대 관계자가 장전항을 출발한지 20여분후인 25일 오후 8시21분께 송씨의 휴대폰으로 전화해 이뤄졌다. 전화통화에서 송씨는 『사랑한다. 보고싶다』고 말했고 민씨도 『빨리 만나서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어렵게 연결된 통화는 30초만에 끊겨 부부를 안타깝게 했다.
두사람의 전화통화는 이산가족의 전화상봉을 방불케했으며 송씨는 짧은 통화가 끝난 뒤 한동안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고 차에 함께 탄 현대 관계자는 전했다.
밤 11시30분께 친정 아버지 영호(永鎬·73)씨와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민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 나 살아 돌아왔어요. 무서워요』라며 한동안 울먹였다.
아버지 민영호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집에 다왔다. 울지마라』며 위로했다. 민영호씨는 『딸아이가 장기간의 억류로 매우 지쳐있는것 같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민씨 부부의 30초간의 짧은 통화 내용.
남편=사랑한다. 무척 보고싶다.
아내=나도 그래 빨리 만나서 안아주고 싶어.
남편=….
아내=(울음소리)… 보고싶다.
남편=조금만 있으면 당신한테 간다.
아내=빨리 와요.
/속초=곽영승 yskwak@hk.co.kr 안준현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