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면에서 여권의 위, 아래가 따로 놀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부패척결, 정경유착 단절」을 내세워 정치자금과 담을 쌓은 채 도덕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이에 비해 DJ 정부의 하부구조에서는 잇따라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스캔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도덕적으로 머리와 몸통이 제각각이었던 YS정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구체적인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김대통령의 경우 야당으로부터 도덕적 흠집을 잡힌 경우는 별로 없다. 『야당 총재때는 그렇질 않았는데 오히려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의례적인 「오리발」조차 주질 않는다』 『재·보선때 청와대에선 한 푼도 지원해주질 않았다』 『외국 방문에 나설 때 과거 관행이었던 국정원 예산의 전용도 전혀 없다』등등의 증언도 줄을 잇는다.
그러나 아래로 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손숙(孫淑)전환경부장관의 2만달러 격려금 파문은 가장 가까운 예. 손전장관이 연극계의 관행과 공직자의 도덕적 의무 사이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해 빚어진 촌극이었다.
같은 날 저녁 개최된 김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의 후원회도 적잖은 뒷말을 낳고 있다. 본인은 『정치인으로의 독립을 선언하는 자리』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하필 정권의 도덕성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 대통령의 아들이 정치자금을 모으는 행사를 열었어야 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김의원이 범인(凡人)이었다면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재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직접 참석했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옷로비 사건, 국민회의의 재·보선 50억원 사용설,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 동생의 로비 파문, 일부 DJ 친·인척과 당 하위직 인사들을 둘러싼 잡음 등도 현 정권의 도덕적 투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여권의 도덕지수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 방편으로 우선 정권의 총체적 자기 점검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측근 등 핵심부부터 시작해 권력의 주변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 자를 부분은 자르고 도려낼 부분은 도려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표적사정이 아니라 도덕성 제고를 위한 표적사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함께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정권의 도덕적 재탄생을 위해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현정권의 「사각지대」격인 자민련까지 겨냥한 견해이다. 공무원사회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선 현실성없는 「공직자 10계명」의 철회 등 핵심부의 발상의 전환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