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孫淑)장관의 급작스런 사퇴를 바라보는 환경부 직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평균 11개월 밖에 안된 것을 늘 아쉽게 생각하던 직원들은 손장관이 불과 한달만에 그만두자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직원들은 손장관이 격려금 파문으로 곤욕에 처한 23일 밤 「장관님, 힘내세요」라는 내용의 팩스를 집으로 보낼 정도였다. 재임기간이 워낙 짧아 업무평가는 이르다치더라도 그저 오래 있어 달라는 바람이 담긴 글들이었다.
환경부 직원들은 단명(短命) 장관이 많다는 사실을 환경부의 위상과 역할에 연결해 생각해왔다. 환경부의 수장은 누구나 스치듯 왔다 돌아가는 자리로 비쳐왔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장관들이 대부분 환경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임명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장관이 된 뒤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추진해 왔다는게 환경부 직원들의 이야기다. 이번 경우에는 손장관이 몸담았던 문화계와 공직사회의 정서적 차이까지 더해졌다.
한 직원은 『21세기가 환경의 시대라고, 환경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동안 환경정책의 수장인 장관은 늘 정권 배려 차원에서 기용됐었다』며 『환경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아직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개탄했다.
환경부 직원들의 안타까운 심정으로 손장관을 떠나보내면서, 다음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관, 오랫동안 소신껏 환경정책을 펼 수 있는 장관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명과 미래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장관을 기대하는 환경부 직원들 바람과 국민들의 생각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광희 사회부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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