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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해이'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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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해이' 도를 넘었다

입력
1999.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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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위공직자들의 한심한 행태가 민심을 떠나게 하고 있다. 시민들은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공직자들의 그릇된 처신에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가 선을 넘었다』며 탄식하고 있다.손숙(孫淑)환경부장관이 기업인들로부터 2만달러의 격려금을 받은 것은 공직자들의 자세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가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뉴서울필하모닉 법인설립 축항음악회」에서 베버의 「마탄의 사수」서곡을 지휘하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않다.

내부에서마저 『공직 본연의 임무보다는 사적인 일에 열중하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느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온다.

최근 경찰은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 동생의 공사수주 개입의혹으로 들끓고 있다. 또 비위혐의를 받고있는 전직 경찰간부가 폭로한 이번 사건을 보며 일선 경찰관들이 느끼는 동요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 경찰간부는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겨온 경찰조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데 심한 회의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진형구(秦炯九)전대검 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도 해이해진 기강을 반영하는 사례다. 구청의 국장과 세관장이 「간부급 공무원은 경조사시 축·조의금을 받지 못한다」는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시행직후인 24일 축의금을 받다 인사조치된 사실은 「영(令)이 서지않는 공직사회」를 여실히 드러내보였다.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이같은 행태는 가뜩이나 불만에 찬 하위직 공무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중앙부처 6급 공무원은 『열악한 보수와 구조조정의 불안에 시달리는 마당에 고위공직자들의 무분별한 행태는 공직에 대한 자존심마저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고관집 절도사건이나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 등은 공무원 전체를 극심한 무기력증에 몰아넣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실제 대부분의 부처에서는 요즘 새로운 정책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초만해도 정부 세종로청사의 경우 늦은 밤까지 일하는 공무원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찌감치 청사 불이 꺼진다.

한양대 김선웅(金善雄·정치외교)교수는 『고위공직자들의 무분별한 몸가짐은 어떻게든 경제난을 극복해보려는 평범한 시민과 대다수 공무원들의 사기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공직비리에 대한 실효성 있는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공직자 임용시 보다 철저한 검증작업을 거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충재기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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