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없이 끝난 북미회담 -23, 24일 양일간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북·미 고위급 회담은 북한이 서해안 북방한계선(NNL) 문제를 제기한데 비해 미국은 미사일 발사, 핵개발 여지에 대해 강력 경고하는 모습으로 뚜렷한 성과없이 마쳤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결론의 도출보다는 발사준비가 다 된 것으로 알려진 미사일 문제에 제동을 걸고 금창리 핵의혹 시설에 대한 정황증거를 들이대며 북한의 핵개발여지를 원천 봉쇄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는 북한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에게 『만에 하나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개발을 할 경우 선거를 앞둔 미 의회의 대북강경자세는 수위를 더할 것이고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은 견지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발사할 경우 「모든 것은 끝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측은 초지일관 15일 발생한 서해안 교전사태와 관련, 북방한계선 문제를 협정 당사자인 미측과 협상하자는 주장을 계속했다. 미측이 NLL 문제에 대해 유엔사와 북한간 장성급 회담에서 논의하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북한은 이 문제를 끝까지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측은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서해교전카드를 활용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고, 큰 성과가 기대되지 않은 이산가족 문제 회담의 물타기 작전을 펴려 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측은 특히 회담장소 결정에도 고도의 전략을 숨겨 놓았다는 인상이다. 서해교전이후 남북 고위급이 첫 공식대화하는 차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고, 금강산 관광객 억류로 세계 여론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베이징을 NLL 문제 이슈화의 무대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베이징이 편리하다』고 제의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베이징에서 회담이 열리게 된 데서도 이런 의도가 엿보인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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