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기강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느냐고 개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나라의 공안업무를 총괄하는 검찰 고위간부가 공공기관 파업유도를 자랑처럼 늘어놓다가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더니, 비위혐의로 사표를 낸 서울시내 경찰서장이 재직중 경찰청장 동생에게 이러이러한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내 비위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의 고발이다. 경찰청장 비서실에서는 청장의 동생이 찾아갈테니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했던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에 대해 당사자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 그런 일은 늘 있는 일이어서 해명할 필요도 없다는 말인가.러시아 공연무대에서 경제인들로부터 2만달러의 격려금을 받은 손숙 환경부장관도 사뭇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손장관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돈을 받은 것은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받은 것이며, 공연이 있을 때 격려금을 받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면서 그 돈을 다 합치면 1,000만원이 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돈을 받은 다음날 대통령에게 보고 했더니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씀도 없었다』는 말은 대통령 결재까지 받은 것이니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뜻으로 들린다.
더욱 놀라운 일은 공직기강 확립을 책임져야 할 행정자치부 관계자들의 한심한 공직자 윤리관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무원의 격려금 수수를 제한하는 관련법이 없어 손장관에게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가공무원법에 직무와 관련해 사례 증여 향응을 받을 수 없다고만 규정돼 있고, 공무원윤리법에도 격려금에 관한 규정이 없어 직무와 관련 없이 받은 격려금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공직자는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든지 돈을 받아도 된다는 말이 아닌가.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경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 발표되자 일선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20년 넘게 부어온 계가 깨졌다』느니 『공무원은 장례도 혼례도 남들처럼 치러선 안되는 사람이냐』는 등의 항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위층들은 다 돈을 받으면서 왜 아랫사람들만 족치느냐』는 말도 들린다.
각 기관별로 10대 준수사항을 지키겠다는 결의대회를 열고 서약서를 쓰는 구태의연한 소동 속에서도 보란듯이 결혼식 축의금을 받은 공직자들도 있다. 영(令)이 서지 않는 나라다. 공직의 기강이 정말 이렇게 엉망으로 해이해져도 되는가.
공직사회가 바로 서지 않고는 국난극복은 커녕, 세계의 조롱을 받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양식과 상식이 지배하는 공직사회를 만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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