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 13분, 증권사 객장의 전광판에 902.18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전광판에 900이라는 숫자가 다시 등장한 것은 96년 6월5일(913.25)이후 3년만이다.주가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전날보다 11.33포인트가 떨어진 채로 하루장을 끝냈지만 투자자들이나 증권사 직원들에게서 크게 낙담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주가가 떨어진 것은 주가가 연 엿새동안 상승한 점이나 9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을 감안하면 오히려 자연스런 조정이라는 것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지수가 이날 장중 한때 900을 돌파한 것은 사상 최고의 활황을 보였던 94년에 버금가는 활황장세가 가시권에 들어온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승용(李承蓉) 동원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은 『상장기업들의 반기결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을 것으로 윤곽이 나타나면서 상승가속도가 더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사상 최대치에 달한 유상증자 물량에도 불구, 27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와 오히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객예탁금이 뒷받침하는 유동성장세에 실적장세의 성격이 가미되면서 증시기반이 다져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 특별한 악재가 예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상승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유상증자물량에 대한 부담은 금주를 고비로 줄어들었고 다음주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진증권은 『일본의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시장개입에도 불구, 엔화는 하반기부터 강세로 반전될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도 당분간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경쟁력의 강화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호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용선(朴龍鮮)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증시의 활황영향으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증시도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남미시장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낙관적인 증시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850을 지지선으로 종합주가지수는 머지 않아 9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투자신탁회사 펀드들이 수익을 현금화하기 위해 지수가 급등할 때마다 매물이 쏟아져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증시관계자들은 지적했다.
/ 김준형기자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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