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골라' 장단에 흥이 절로... 없는게 없다.삶의 온갖 짜증을 재래시장 장보기로 달래는 것도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한 방법이다. 좌판위에 올라가 발장단에 맞춰 연신「골라 골라」를 외쳐대는 상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IMF에 짓눌린 가슴이 탁 트일 법도 하다.
서울의 재래시장하면 단연 6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남대문시장이 꼽힌다. 주변 명동길을 걷노라면 더위에 지친 일상의 권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남대문시장 조선 태종때(1414년) 형성됐다는 남대문시장은 외국인의 필수관광코스가 된 지 오래다. 한국인, 특히 서민의 땀과 애환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만원만 내고 마음대로 고르라는 시끌법적함 속에는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마저 배울 수 있다.
1만217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남대문시장은 1,700여종의 상품을 취급하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없는 물건이 없다. 의류와 장신구, 농수산물, 수입품은 기본이고, 푸짐한 순대와 족발, 돼지머리, 칼국수, 김밥가게도 지천으로 널려있다.
남대문시장은 점포만 대충 훑어보는데도 두세시간은 족히 걸린다. 미리 구입품목을 꼼꼼히 챙기는 게 현명하다. 상인들에게 「지혜로운 쇼핑법」을 물으면 한결같이 『여러 매장에서 상품의 질과 가격을 비교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한다. 시중가보다 기본적으로 20∼30% 싸게 살 수 있지만, 다리품을 들이면 10%정도는 더 깎을 수 있다. 대형매장도 대부분 1층은 의류, 2층은 공예품, 3층은 그릇 등 층마다 특화돼 있어 비교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주말이면 5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남대문시장은 그러나 오후6시부터 심야장이 서는 밤11시까지 「휴식기」다. 요즘에는 한밤중에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신세대 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요일은 개장 점포가 100여개에 불과, 평소와 다른 한가로움을 맛볼 수 있다.
명동 IMF이후 한때 쓰레기 무단투기와 옥외스피커를 이용한 호객행위 등이 난무해 시민들이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명동은 여전히 「넥타이 부대」와 신세대들이 북적되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도 4,800개의 점포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주말이면 또 곳곳이 차없는 거리로 변모, 최대 180만명이 몰린다. 상업은행 명동지점에서 퇴계로 입구까지 450㎙의 보도를 대리석으로 까는 등 남대문시장과는 다른 「고급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옛 제일백화점 자리에 꾸며진 유투존은 지하1층은 음반, 1층은 화장품 액세서리, 2∼3층은 패션의류, 4층은 패스트푸드점이 있어 「원스톱 토털패션」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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