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베이징(北京)에서 잠적한 북한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대남공작 총책 리원진(李元進·46·본보 5월28일자 1면 머릿기사)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정보를 쥐고 있어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 정보 당국이 치열한 추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24일 발행된 주간문춘(週刊文春) 최신호가 보도했다.이 주간지는 「특종- 김정일(金正日)이 6억엔의 현상금을 걸고 쫓고 있는 대포동의 비밀을 쥔 남자」라는 기사에서 이(李)가 북한원자력연구소 부소장 박옥경(朴玉京)이란 이름을 사용했으나 연구소에서 일한 흔적은 거의 없으며 중국에서 핵·미사일 기술 정보를 북한으로 빼 돌린 거물 간첩이었다고 추정했다. 특히 그가 소지한 기밀서류와 플로피 디스크에는 중국이 미국에서 빼낸 핵·미사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다는 의혹의 「증거」가 들어 있을 수도 있어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요지.
『4월 북한 고위 관리가 베이징에서 잠적했다. 각국 정보당국이 혈안이 돼 그를 찾고 있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김총비서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측근으로 권력중추에 있었던 인물이며 핵·미사일 개발 등 군사정보는 물론 북한의 극비 정보를 쥐고 있다」고 밝혔다. 김총비서가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검거조를 중국에 보내 공공연하게 수색 작업을 벌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인사의 망명을 「묵인」했던 중국이 태도를 돌변, 북한에 협조하고 있는 점이다. 그의 비밀 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빼 돌린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북한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5월 25일 미 하원조사위원회는 중국이 미국에서 20년간에 걸쳐 군사기밀을 빼냈다는 의혹과 관련한 콕스보고서를 공표했다.
미국이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중국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안에 두는 「동풍(東風) 3호」개발 기술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 빼낸 핵·미사일 개발기술을 북한에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포동의 위협」이란 북한의 수출로 고성능 미사일이 확산되는 것이며 이에 중국이 관여했다면 중미관계는 심각한 국면을 맞게 된다.
우리가 입수한 러시아의 극비 보고서는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러시아 국방부가 작성,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게도 제출한 1월15일자 「북한 미사일의 전술적·기술적 사용 전망」이란 보고서는 평양에서 입수한 「미사일 무기개발 국가계획」을 인용, 「북한은 늦어도 2003년 이전에 대포동 2호의 개발을 완료하고 2010년까지는 사정거리 1만1,000㎞ 이상의 ICBM 대포동 3호를 보유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차세대 중거리 미사일 대포동2호의 1단 추진로켓은 중국제 탄도미사일 동풍3호를, 제2단 추진로켓은 노동1호의 추진로켓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중국의 대북 기술 제공을 기정사실화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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