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음악 감시는 네티즌들에게 맡겨 주세요」PC통신이 표절음악의 감시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기가수나 그룹의 신곡이 발표되고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네티즌들이 창작 여부를 검증하고 있는 것. PC통신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이들 중 상당수가 가요계의 동향에 민감한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자리잡게 된 현상이다. 때문에 PC통신의 표절감시활동은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
하이텔의 표절감시 전문게시판인 「창작과 표절」코너. 초기화면에서 「11.게시판」을 거쳐 「3. 취미생활」에서 찾거나 「go copy」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최근 시중에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인기가요의 표절의혹을 지적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박기영의 「시작」은 사라 맥컬레인의 「빌딩 어 미스터리」곡 일부분과 흡사하다』 『인기 여성댄스그룹 S.E.S의 「오 마이러브」는 이장우의 「널 만난 후로」의 리메이크인지 표절인지 의심스럽다』 『신화의 「T.O.P」곡 일부 소절이 유럽그룹 「라 크로스」의 「세이브 미」와 거의 똑같다.
둘 다 클래식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한 것이다』 『로커 김경호의 4집 「록앤롤」이 「스틸 하트」의 「록앤롤」과 거의 비슷하다』 『G.O.D의 「어머님께」는 김성호의 「회상」과 시작 반주부분이 똑같다』 『코요태의 「순정」이 터보의 3집 앨범에 있는 「후회없는 사랑」과 유사하다』.
이 코너 담당자인 하이텔 커뮤니케이션팀 최희숙(29)대리는 『표절과 관련해 이 코너에 올라오는 글이 하루 평균 20여건, 많을 때는 50건이 넘는다』고 설명한다.
이 코너에 올라온 내용을 실제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통신 「자료실」코너를 찾아보면 된다. 여기서는 누구나 음악파일로 저장된 곡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네티즌들이 자신이 표절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증빙자료」로 올려놓기 때문이다. 판단은 일단 네티즌 개개인의 몫.
96년 7월 이 코너가 처음 개설된 뒤 이처럼 표절의혹을 지적한 글은 모두 6,500여건. 『이들 중 상당수가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음악 관련 종사자, 조예가 있는 음악애호가들이어서 이들의 지적은 꽤 신빙성이 있다』고 하이텔 윤상구(28)씨는 말한다.
다만 정식으로 표절로 밝혀진 것은 50여곡에 불과해 의문제기 수준에 그치는 것도 많다. 그것은 대중가요가 샘플링, 패러디등 다른 음악을 인용하는 것도 창작으로 인정하는 추세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표절시비가 일면 이 의견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진다. 동감을 표시하거나 관련 자료를 추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보의 취합, 언론등을 통한 공론화, 검증의 절차를 밝게 된다』고 하이텔 최향숙(27)씨는 덧붙인다.
실제 룰라의 「사랑법」과 김민종의 「귀천도애」같은 곡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표절로 최종 판정받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때문에 음반사나 연예기획사에서도 새 음반이 발표될 때마다 네티즌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가 돼버렸다.
PC통신을 통한 표절감시가 활발한 것은 PC통신이라는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천리안 황보순(34)대리는 『PC통신이 등장하기 전에는 어떤 곡이 표절이라고 주장을 하더라도 실제 곡을 들려줄 수 없어 표절판정까지 가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PC통신을 통해서는 이같은 과정이 단축되고 쉬워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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