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은 왜 중요한가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94년까지 거의 찾는 이 없는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러나 SBS 드라마 「모래시계」 헌팅맨 서정민씨는 조용했던 이 마을을 한순간 관광명소로 바꾸었다. MBC 「그대 그리고 나」의 헌팅맨 이윤수씨. 그는 경북 영덕에서 군수가 나와 대접을 할만큼 귀빈 대우를 받는다.
드라마 「애인」에서 분위기 좋은 장소를 배경으로 삼아 시청자들로부터 어디냐는 문의를 받았던 MBC 이창순 PD의 설명. 『장소 헌팅은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장소는 극중 캐릭터의 성격이나 드라마의 흐름, 분위기를 읽어내는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누가 헌팅을 하나?
방송사 드라마국에 소속된 헌팅맨으로 불리는 섭외담당 직원들이 한다. 각사마다 10~20명이 있다. 물론 프리랜서도 상당수. 촬영 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나중에 떠나는 사람이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를 공부했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애인」 등에서 빅히트를 쳤던 헌팅맨 서정민씨는 서울예술대학 영화학과 출신이고 MBC의 명헌팅맨 이윤수씨는 영화 조감독 출신.
『「그대 그리고 나」의 배경을 영덕 어촌마을로 잡았을 때 거리가 너무 멀어 제작진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성공의 예감이 들어 초지일관 주장한 것이 적중했다』는 이윤수씨. 그는 1년의 절반은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다. 작업이 없을 때도 운치있는 별장, 카페, 공원, 관광지, 해변 등을 돌아다니며 장소 특징 등을 수첩에 기록한다.
헌팅작업은 어떻게?
보통 드라마가 촬영되기 3~4개월 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헌팅맨은 장소를 물색한다. 조연출자와 함께 가는 촬영 2개월전 쯤의 2차 헌팅에서는 대본의 묘사와 일치하는 구체적인 장소의 윤곽을 잡는다. 주변 교통상황과 거리 등 제반요소를 고려한다. 장소를 찾았다 해도 장소 제공자와 관할 관청의 허락이 남아있다. 장소 결정은 PD와 헌팅맨이 의논, 최종 결정한다. 「모래시계」의 헌팅맨 서정민씨는 2개월 동안 시민단체와 관할 구청을 설득, 유명한 금남로 장면 촬영에 성공했다.
25일 방송될 MBC 6·25 특집극 「오른손과 왼손」의 극본 무대는 경북 구미. 하지만 현대식 건물이 많아 전남 영광 담양 일대에서 촬영했다. 이같이 극본 속의 장소와 실제 촬영 장소가 다른 경우가 많다.
헌팅의 명암
고객의 불편을 의식한 할인 매장 10여 군데가 촬영을 거절해 촬영장소로 선택된 KBS 「종이학」의 무대 농협 창동 물류센터. 이 드라마의 인기로 100억원대의 홍보 및 판매효과를 봤다. 뒤늦게 다른 10여군데 할인매장이 촬영 요청을 했지만 때는 늦었다. 「보고 또 보고」의 음식점 용수산, 「미스터 Q」의 일산 기차카페, 「종합병원」의 아주대 의대, 「그대 그리고 나」의 대학로 갈릴리 김밥집, 「애인」의 르네상스 호텔 등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매상이 급상승한 곳. 아주대 의대는 아예 13층 사무실을 개조한 병실 두개를 드라마 촬영 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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