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對北)포용정책이 모든 차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당분간 궤도 수정을 강요당할 것으로 보인다. 임동원(林東源)통일장관은 23일 베이징(北京)차관급 회담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북측에 나머지 비료 10만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에 대한 상호주의를 보다 엄격히 적용할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임장관은 이와함께『남북한 모두 냉각·조절기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해 한시적이나마 북측에 대한「일조량」을 줄여나갈 것임을 내비쳤다.지금 포용정책의 진로는 비단 금강산 관광길 뿐아니라 전반적으로 경색상태에 빠져있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정부의 궤도수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 1년반 동안 대북포용정책은 정경분리차원에서 추진한 현대그룹 금강산 개발사업 등 민간경협 정부차원의 대북비료지원 금창리 의혹 해소후 대미(對美)관계 개선과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 국제적 차원의「신 일괄타결」 등 3차원에서 추진돼왔다.
다차원적이고 단계적 접근으로 이르면 올해말까지 한반도의 이른바 냉전구조를 해체하겠다는 게 포용정책의 그랜드 플랜이다.
순차적으로 목표에 접근하는 듯했던 이 계획은 모든 차원에서, 그것도 한꺼번에 난관에 봉착했다. 직접적 원인은 서해 교전사태이고, 장기적으로는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알력 및 북측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영미(閔泳美)씨 억류로 햇볕정책의 옥동자인 금광산관광이 중단돼 있고, 베이징 회담은 이산가족 의제조차 다루지 못한 상태다. 베이징회담에서 설사 이산가족문제의 진전이 있더라도, 민씨 석방이 이뤄지지 않고는 나머지 대북비료지원은 이행하기 쉽지않은 상황이다.
북·미회담도 서해 교전사태에다 미사일실험 문제가 겹쳐 답보하고 있다. 현안의 해법들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만큼 실타래가 풀리기 전까지 남북관계도 총체적인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국면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우선 돌파구는 민씨 송환에 있다고 보고 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의 원인이 서해교전사태라면 일시적인 냉각기를 가진 뒤, 다시 포용정책을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생각이다.
이와함께 북한 미사일실험 문제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펼치면서 주변환경이 화해무드로 돌아서기를 기다리겠다는 자세다. 무엇보다 포용정책의 목표가 냉전구조 해체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는 일인 만큼 정책노선의 중도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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