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말 러시아 공연이 끝난후 경제인들로부터 2만달러의 격려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손장관이 각료임명 사흘만에 계약이행과 외교적 실리를 내세워 러시아공연을 강행할 때 이미 많은 국민들은 그의 공직의식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이 점을 상기할 때 이번 격려금 사건이 손장관은 물론 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손장관은 이 격려금이 말썽이 되자 공연후 격려금을 받는 것은 연극계의 관행이며, 장관자격이 아닌 배우라는 개인자격으로 돈을 받았고, 개인용도로 쓰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배우가 공연후 격려금을 받는 관행을 시비할 생각은 없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장관이 받은 격려금의 경우는 다르다. 우선 돈을 모아준 사람들은 우리나라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 사람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대통령의 러시아방문을 수행중에 손장관의 공연을 관람했다. 객관적으로 볼때 이들이 장관이 아닌 「연극배우 손숙」에게 그 많은 격려금을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손숙장관이 이 격려금을 받은 것은 공직자로서의 정도를 벗어난 행동이다. 더구나 환경부장관은 직책의 성격상 대기업 활동에 많은 규제를 해야 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 있는 장관이 경제인들의 격려금을 받았다는 것은 자신이 배우인지 장관인지를 혼동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혹시 손장관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극계를 위한 격려금을 받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공직자로서는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손장관이 개각이후 그의 소관업무인 환경정책과 관련하여 이렇다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엉뚱한 일로 계속 여론의 화살을 맞게 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손장관이 당초 장관직과 배우를 병행시켜보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했고 이런 자세가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공직자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강력한 국민적 요구가 일고 있다. 새로 발표된 공직준수사항은 공직자가 5만원이상의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만일 손장관의 격려금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식의 안이한 해명으로 넘기려 한다면 큰 불신을 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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