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비아그라 약국판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약국판매를 둘러싸고 의사·약사·제약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당초 비아그라의 약국판매를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의사들과 일부 제약사가 오·남용의 우려를 들어 반대하자 시판일정을 다시 늦추기로 했다.
반면 약사회와 비아그라 수입업체인 한국화이자측은 다른 약품과의 형평성을 들어 약국판매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비아그라 약국판매 찬성
최선의 의약서비스란 어떤 것일까. 서비스의 질은 물론 저렴한 비용, 용이한 접근성 등이 동시에 만족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조건은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함께 충족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아 국민의 편익을 증대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약국판매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의사들은 비아그라의 부작용 만을 집중 부각해 자신들이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모든 약은 약효에 상응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어 흔히 「양날의 칼」에 비유되곤 한다. 해열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만 해도 투약에 따른 각종 궤양으로 미국에서 매년 1만6,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이는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와 맞먹는 엄청난 숫자이다.
비아그라가 미국에서 시판된 후 7개월간 300만명이 복용해 13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원인은 심혈관계 77명, 사인불명 48명, 기타 뇌졸중·익사·타살 등으로 비아그라와의 직접적인 연관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비아그라의 안전성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공식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비아그라는 심혈관계 환자를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들이 초래되고 있다.
무자격자들이 암거래시장에서 비아그라를 유통시켜 폭리를 취하는가 하면 가짜 비아그라가 판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아그라의 약국판매를 억제할 경우 이런 암시장이 더욱 확대돼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원칙과 현실을 동시에 고려해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의 책임하에 철저한 관리와 복약지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투약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의사측 주장대로 부작용이 어느 약보다도 심각하다면, 비아그라에 대해서 만이라도 의약분업을 당장 시행, 의사는 처방만 하고 약국에서 투약과 복약지도를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지금은 비아그라가 다른 약들과 다름없는 치료제일 뿐 정력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힘을 모야야 할 때다.
/박인춘 대한약사회 홍보이사
* 비아그라 약국판매 반대
비아그라는 먹는 약이어서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심장마비나 시력약화, 물체가 푸른색으로 보이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어 어떤 새로운 부작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런 부작용 말고도 비아그라의 약국 판매를 반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인과 미국인의 성에 대한 사회여건이 너무 다르다. 미국에선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이 이뤄지고 도색잡지 판매나 성인영화관이 허용돼 있다.
반면 우리 기성세대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몰래카메라, 묻지마 관광 등 탈법적인 성관련 사업이 활개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류잡지에서 얻은 편협된 성지식으로 무장한 기성세대가 보신식품이나 정력제 처럼 비아그라를 남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둘째, 약은 곧 독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상인이 성행위를 할 때는 맥박이 분당 120회에서 140회로, 혈압은 170~180㎜Hg로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복상사(腹上死)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무시할 수 없는 실정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아그라가 약국을 통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되면 심장병환자들에게 돌연사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다.
셋째, 발기부전은 병이기 이전에 하나의 증상이다. 발기부전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에 의해 부수적으로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발기부전환자가 의사의 진찰을 받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뇌하수체 종양으로 발기부전이 초래된 환자가 약국에서 비아그라만 먹고 지내다가 병을 더욱 악화시켰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넷째, 경제적인 손실을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허약한 사회윤리의식으로 보아 비아그라는 각종 성범죄와 유희 목적의 성행위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게 자명하다. 방치하면 외화 유출은 물론 세계 최고의 소비국이 될 우려도 있다.
다섯째, 청소년에 대한 폐해가 우려된다. 성충동이 왕성한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투약을 시작한다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비아그라의 약국 판매는 국민의 편의나 이익단체의 이권차원이 아닌, 국민 건강과 건전한 윤리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조인래 대한남성과학회 이사·서울백병원 비뇨기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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