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그림로비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내에서는 『검찰이 의혹해소기구가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정치권이나 세간에 떠돌던 「설」이 의혹으로 부풀려져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모양새를 지켜보는 일선 검사들은 착잡한 표정을 넘어 『과연 검찰이 할 일인가』라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올들어 검찰은 「설」 「리스트」 「의혹」등의 꼬리표를 단 사건의 뒤치다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종기리스트」 「최순영리스트」 「고가옷로비설」 「그림로비의혹」 등. 이같은 「의혹」사건은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진 뒤 검찰 수사를 거쳐 「태산명동 서일필」격으로 끝났다.
그러다보니 검찰수사 뒤에도 의혹은 여전히 꼬리를 물었다. 검찰은 사건 수사를 해놓고도 정치권에서 재생산된 설과 의혹에 다시 휘말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에 발목을 잡혀 검찰 본연의 임무랄 수 있는 민생수사와 사정수사는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검찰이 정치권의 정쟁에 휘둘리게 된데는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림로비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의 첫 반응은 『수사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청와대 진상확인 지시가 있자 금세 입장이 180도 변했다. 고급옷로비 사건때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반복되는 「뒷북수사」가 의혹을 증폭시켜온 셈이다. 검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마냥 정치권에 끌려가는 검찰의 모습이 재연되는 한 검찰의 중립은 요원하다. 검찰이 구태를 벗지 못하는 한 특검제를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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