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선 개표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PDIP)과 2위인 집권 골카르당을 중심으로 한 제정당의 합종연횡이 가시화하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총선결과 발표시기는 21일이었지만 개표가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다음달 8일로 늦춰졌다.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과반수 정도가 개표된 22일 PDIP가 36.4%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하비비가 이끄는 골카르당과 국민각성당(PKB)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개표가 50%이상 진행되면서 초반 상황과 달라진 부분은 2위와 3위의 자리바꿈. 초반 약세로 「총선패배」를 공식선언했던 골카르당은 개표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2위로 올라섰다.
문제는 각 당에 할당되는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의 의석수. 지난주말 골카르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94석으로, PDIP(117석)와의 격차를 불과 20여석으로 좁혀놓았다. 골카르당의 득표율이 PDIP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도 의석 확보에서 약진한 것은 지역별 표의 대표성 때문. 지역에 따라 표의 가치가 달라지는 인도네시아 총선의 특성상 득표율이 떨어지더라도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PDIP의 당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대선 길목도 험난하다. 개표 중반 4위를 유지하고 있는 개발통일당(PPP)의 당수 함자 하즈는 20일 『회교의 계율대로 남성 회교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서 메가와티는 여성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메가와티의「성(性)」시비는 회교계율에 대한 종교적인 해석이라기 보다 정치적인 이슈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종교보다는 국가통합이 우선돼온 데다 회교세력의 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율법을 내세운 논란 뒤에는 첨예한 정치 대결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결국 메가와티가 직면한 문제는 회교정당들을 어떻게 연정에 끌어들이는 정치력을 발휘하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 득표 3위를 달리고 있는 회교정당 국민각성당(PKB)의 당수 압둘라 와히만은 최근 PDIP와의 연정수립에 적극 동참할 것을 선언했다. 5위인 국민신탁당(PAN)의 아미엔 라이스 당수도 PDIP과의 연합을 고려하면서도, 「군부 정치참여 배제」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골카르당이 PPP등 주요 회교정당 및 군소정당과 제휴, 11월 대선에서 반(反)메가와티 세력 형성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메가와티의 대선 가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의석수 65석을 확보하고 있는 군부도 메가와티가 대통령이 될 경우 지지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지지정당을 언급하지 않아 앞으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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