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4시 대전지법 230호 법정. 파업을 주도하고 공권력 투입에 맞서 분신까지 했던 조폐공사 강승회(姜昇會)노조위원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피고인을 징역2년에 처해 주십시오』 짤막한 검사 구형에 이어 강피고인의 변호인 김연수(金淵洙)변호사가 일어나 A4용지 6장에 빼곡히 적은 변론요지서를 읽기 시작했다. 『사법시험 합격후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법률가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검찰은 어떻습니까』
변호사의 말은 이어졌다.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도록 고민하는 것이 검사를 포함한 법조인의 참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이 「불법」을 유도해놓고 이를 처벌할 수 있습니까. 헌법에 따라 노동은 노동 3권의 자율영역으로 되돌려져야 하고 검찰 공안부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공안검찰을 법정에 기소하는 듯한 「혼돈」마저 불러온 변론이 계속되자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 파문으로 가뜩이나 위축돼있던 검찰은 시종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변론은 『피고인은 검찰의 각본에 따라 움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 행위 또한 처벌요건을 하나도 갖춘 바 없으므로 무죄』라는 주장으로 20여분만에 끝났다.
뒤따른 강피고인의 마지막 진술. 『노동자에게 가장 싫은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파업입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해 파업을 하는 것입니다. 부디 이 재판이 노동자에게 다시 일할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이날의 결심공판은 한 노동운동가에 대한 검찰 구형과 변호인 변론을 넘어 이 시대 검찰상과 노동자의 현실을 곰곰 되씹게 해주는 자리였다. 강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달 9일 열린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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