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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소설] 일본문단 '표현의 자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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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소설] 일본문단 '표현의 자유' 논란

입력
1999.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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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의 소설 「돌위에서 헤엄치는 고기」의 인물 묘사가 그 모델이 된 여성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는 22일 도쿄(東京)지법의 판결(23일자 사회면 보도)이 일본 문단에 커다란 파문을 부르고 있다.문제의 소설은 극작가로 주목받은 작가가 94년 월간 「신초(新潮)」 9월호에 발표한 소설 데뷰작으로 재일동포 여성 예술가와의 교류를 그렸다. 주제인 「고통이 가득한 삶을 헤치는 재일동포의 의지」를 부각하기 위해 작가는 작중 여성 예술가 「박이화(朴里花)」의 굴절된 성장과정과 병력, 현재도 앓고 있는 얼굴 종양 등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이에 대해 「박이화」의 모델인 재일동포 여성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단행본 출판금지 등을 요구, 법원은 『소설속의 허구의 인물이더라도 독자가 모델을 특정할 수 있을 때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허구인지 사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작중 인물에 대한 기술은 모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해칠 수 있다』고 명예훼손을 인정, 작가와 출판사에 130만엔의 위자료 지급과 단행본 출판및 연극·영화화 금지를 명령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잔치 뒤」 를 비롯한 소설이 모델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있었으나 출판 금지에까지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판결에 대해 작가는 『사(私)소설의 여지를 없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판결』이라며 『소설이 전체로서 허구라는 기본 인식이 결여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소설가 시마다 마사히코(島田雅彦)·다카이 유이치(高井有一), 평론가 후쿠다 가즈야(福田和也) 등도 『작중 인물은 고도로 허구화·상징화됐다』고 편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는 장애자 아들을 모델로 삼을 때 배려에 배려를 거듭한 스스로의 경험을 들어 유씨의 「주의 부족」을 나무랐다. 창작의 자유가 「씌어지는 자의 아픔」까지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일본 지식사회에 퍼지고 있어 작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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