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2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켐핀스키 호텔에서 차관급회담 첫날 회의를 열었으나 우리측이 이산가족문제를 우선 논의할 것을 주장한데 대해 북측은 시종 서해 교전사태만을 언급, 아무런 진전없이 1시간20여분만에 회담을 끝냈다.회담후 양측은 다음 회의 일정과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가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23일 오전 실무자간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23일 회의의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측은 이날 양측 수석대표의 회담 기조발언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깨고 오후7시 평양방송을 통해 박영수(朴英洙)북측 단장의 「기본발언」을 전격 공개, 신뢰를 깬데다 서해사태에 대한 남측의 사죄를 강도높게 요구함으로써 앞으로 회의가 열리더라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평양방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박 북측단장은 『서해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남조선 당국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위험천만한 도발사건』이라며 『남측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않고 도리어 고위 당국자들이 앞장서 도발행위를 아주 잘한 것이라는 축하메시지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박단장은 이어 『남측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체없이 민족 앞에 사과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며 『남측은 이성을 갖고 부상급(차관급)회담 앞에 가로놓인 장애를 시급히 제거하기 위한 책임적인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우리측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는 『이산가족문제의 시급성을 고려, 우선 생사·주소확인을 위한 명단교환, 서신거래 및 상봉실시 등 가시적 조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 수석대표는 또 남북기본합의서 이행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기능 정상화 차관급 당국회담의 발전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당면현안으로 제시했다.
양차관은 특히 서해사태와 관련, 『우리측은 53년이래 남북간 해상경계선으로 유지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을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같이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이번 사태도 북측이 NLL을 침범해 야기된 것으로 우리측은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방송을 했으므로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평양방송은 당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알려졌던 박단장을 내각 직속 책임참사로 호칭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