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토니상을 휩쓴 이래, 브로드웨이 뉴암스테르담 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라이언 킹」. 2000년까지 예약이 끝난 이 작품은 현대 무대미술의 결정체다. 배우와 가면의 절묘한 동작 일치, 환상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무대미술력은 무대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무대미술(scenography)이 만들어내는 환상은 때로 실재하는 것보다 더 사실적이다.한국 무대미술의 승리
「스태프」라는 막연한 범주에 묶여 응달 신세였던 한국 무대미술이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있다. 7~27일까지 세계 47개국 연극 무대미술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고 있는 제 9회 프라하 콰드리날레(Prague Quadrennial·PQ). 미국 호주 일본 등 서구권은 물론 중국 쿠바 유고 등 공산권까지 망라, 4년마다 세계무대미술의 첨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행사다. 무대예술의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이번 전시회의 테마는 「함께 하는 우리의 세계(Our Common World)」. 한국서는 작가 7명, 7개 대학이 참가했다.
PQ가 열리고 있는 프라하 산업궁 전시관을 장식하고 있는 한국 무대미술은 네 분야. 한국의 경사는 테마관과 학교관에서 일어났다. 두개 관에서 수상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한국무대미술가협회 회장 이병복(73·극단 자유 대표)씨가 한 사람을 집중 조명하는 테마관에서 은상으로,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은 학교관의 유네스코상으로 각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씨의 출품작은 삼신할미 저승사자 등 입상(立相) 2점, 배내옷 혼례옷 수의 등 와상(臥相) 5점. 한국 정서의 원형을 탁월히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금상은 독일의 원로 무대미술가 아킴 프라이어에게 돌아갔다. 이씨의 작품과는 정반대로, 서구의 실험적·전통적 작업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 그러나 유럽 관람객들의 찬탄은 이씨의 전시품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학교관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품작이 20㎡의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만든 모빌 작품은 서구인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기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큰 쇠톱니가 기하학적·추상적 조형미를 살려냈다는 평가다. 이밖에 국가관에서는 서인석·김학권(KBS 미술감독) 김인준(상명대 공연예술학부 무대디자인과) 김현숙(무대의상 디자이너)씨 등의 작품이, 극장건축관에서는 최관영·김원(㈜일건 C&C 건축사)씨의 사진·조형·비디오물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이번 PQ의 대상(Golden Trigra)은 체코 공화국의 삼두마차 조각(금도금)과 과일모양의 환상적 무대 의상에 돌아갔다.
무대미술의 세계
무대미술은 지금껏 철저히 막 뒤의 세계였다. 무대미술가들은 직업 밝히기가 겁난다. 밤무대 옷이나 공주옷처럼 현대의상이라 해도 생활과는 전혀 동떨어져 화려하기만한 의상, 아니면 TV 사극 의상처럼 철저한 고증을 거친 옷제작자 정도로 여겨지기 십상인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에서 무대미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연극 요소를 능가한다. 대본, 연출, 연기, 기획, 음향, 음악 등의 요소는 일반 관객들에게 얼른 드러나는 연극의 요소. 그 반대편인 무대미술의 이름 아래에는 무대세트디자인, 무대의상디자인, 조명디자인, 분장, 소품(소도구 가면 생활도구) 등 장르가 존재, 그야말로 「숨은 연극」을 이루고 있다.
한국 무대미술에 대한 대외적 평가의 상승과 함께, 의상 조명 음향 분장 등 전문 스태프 지원자의 증가추세는 우리 무대미술에 내려쬐는 또 하나의 햇살. 게다가 공연 형태의 조직화·과학화 추세도 무대미술계를 밝게 비춰주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뮤지컬 붐은 한국 무대 미술력의 승리로 여겨지고 있다.
은 은상(개인상)과
올해는 50개국이 참가,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무대 미술제임을
「한국무대미술가협회 회장 이병복(李秉福·72·극단 「자유」 대표)씨는 12일 제9회 프라하 콰드리엔날레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별로 눈여겨 보지 않았을 짤막한 한 줄 기사
프라하 콰드리엔날레는 체코 문화성이 주관, 4년마다 개최하는데 이씨는 91년 의상상을 탄 적이 있고, 95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윤정섭 교수가 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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