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및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봉급생활자의 세금을 깎아주고, 실직자들의 창업 대출을 늘려준다는 내용 등이다.하지만 정부는 동시에 고소득층에는 더 많은 혜택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 유보가 그것이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올해내 시행을 유보했을 뿐 아니라 내년 시행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고, 노사·실업문제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종합과세 재실시를 거론하는 것은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해 관계법이 개정된다해도 시행은 2001년에나 가능하므로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언제 시행될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올해안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다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종합과세를 시행한다고 금융거래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종합과세는 97년말 IMF 비상사태 진입직후 재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행이 유보됐다. 그 결과 고액 금융소득자의 세율은 최고 40%에서 22%로 줄어든 반면 서민들은 15%에서 22%로 높아졌다.
서민들은 IMF체제로 소득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세금을 냈지만 위기를 극복하자며 이를 수용했다. 그후 1년반이 지나 정부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종합과세를 시행하면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기반이 약한 것인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또 종합과세가 노사·실업문제와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종합과세 시행은 오히려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4만~5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97년 종합과세 신고자는 3만여명으로 세금액수는 2조4,000억원 정도였다. 그들이 종합과세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세금 액수가 늘어나서가 아니라 소득 내역이 외부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부가 밝힌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 이유는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해 일부 계층에서 반대했던 주장과 유사해 경제정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IMF체제를 내세워 고소득층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는 비서실의 민의 수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진정한 개혁이 무엇인지를 살피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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