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베이징(北京) 차관급회담 첫회의에서 우려했던대로 북측이 이산가족문제를 배제한채 서해교전사태만을 들고나옴으로써 향후 회담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측의 이산가족문제관련 제의에는 눈길한번 주지않은 북측의 태도가 회의 첫날에 한정되는 「시한부 전술」인지 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북측은 이날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기조발언내용을 이날 저녁 평양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회담환경까지 극도로 악화시켰다.평양방송에 따르면 박영수(朴英洙)북측 단장은 특히 『남측 고위당국자가 미국과의 군사공조를 역설했다』 『고위당국자들은 자신이 앞장서서 우리에 대한 도발행위를 아주 잘한 것이라는 축하메시지까지 보냈다』는 등 남측 당국자들을 직접 겨냥해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박 단장은 또 『이런 상황 속에서 쌍방이 협상탁자에 마주 앉았댔자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중단과 결렬의 곡절을 겪어온 과거 대화사가 가르쳐주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언급,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서해사태에 대해 남측이 사죄하지 않을 경우 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북측의 이같은 태도를 비관적 징후만으로는 해석하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문제 논의전 북측이 할말은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 대표단 관계자도 『북한이 이산가족문제를 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히지 않았고, 평양방송보도에서도 「다음회담을 결속했다」고 표현한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발언수위가 북측의 21일 주중대사관 성명등과 같은 수준인점, 새로운 내용이 없는 점 등도 그다지 불길한 조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재 비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있는 북측의 상황도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하고있다. 따라서 첫날 회의는 북측이 「주변 상황」을 고려, 서해사태를 들고 나왔지만 2차 회의에서부터는 조금씩 이산가족해결의 실마리가 풀릴수도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낙관섞인 관측이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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