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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북테이블' 무시와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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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북테이블' 무시와 애원

입력
1999.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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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 남북차관급회담은 북한이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무대인 것 같다. 북한은 회담 개막 예정 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둔 21일 오전 8시(현지시간) 남측에 전화를 걸어 회담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로 연기하자고 알려 왔다.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북측은 또 회담개막 직전까지도 대표단 명단을 남측에 알려오지 않았다. 오전 8시 통화에서 북측 관계자는 남측의 질문을 받고 마지못해 박영수(朴英洙)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수석대표로 결정됐다고 확인해 주었을 뿐이다. 남측은 북측대표들의 신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회담장으로 향해야 했다.

회담개막 전날까지는 명단을 알려올 것으로 기대했던 남측은 20일 밤 10시30분까지 3차례에 걸쳐 명단통보를 북측에 요청했다. 우리측의 태도는 「애원」에 가까웠으며, 이에대한 북측의 자세는 한마디로 「무시」였다. 북한이 23일 베이징 북·미 고위급 비공개 회담의 대표를 미국 국무성을 통해 일찌감치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대우이다.

「무례한」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 대표단에도 문제가 있다. 회담 시간 연기에 대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은 『이산가족들은 반백년을 기다려왔다』고 할 뿐 북측에 항의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북한을 신중히 대하며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우리 대표단의 「인내심」은 이해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자세를 낮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비료지원이 절실한 입장인데도 회담 성사에 대해 선심쓰듯 배짱을 부리고 있다. 우리대표단은 더 늦기 전에 인내와 굴신(屈身)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회담 전략과 자존심 싸움 모두에서 패배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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