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에는 문교부장관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우리나라 문교부장관의 이름은 「검정필」입니다』(이순원)『어지러운 속세의 판은 난장판으로 여러 사람이 뒤섞여서 마구 떠들어대서 누구 말이 옳은지 분간이 되지 않는 판이다. 가장 어찌할 수 없는 판은 개판으로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가리킨다… 난장판과 개판 사이에는 「개판 5분 전」이 있을 수 있다』(성석제)
우리 문단의 손꼽히는 젊은 작가들인 이순원(42)씨와 성석제(39)씨가 각각 장편소설 「19세」(세계사 발행)와 중편 「호랑이를 봤다」(작가정신 발행)를 발표했다. 문교부장관상으로 받은 영어사전에 찍힌 관인을 보고 장관의 이름을 검정필이라고 당당히 답하는 열세살 중1년생의 모습에서나, 막가는 한국정치판을 난장판과 개판 사이 「개판 5분 전」으로 보는 작가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풍자」의 정신이다.
이씨의 「19세」는 성장소설이다. 열세살에서 열아홉에 이르는 시기, 세상의 저편에서 이편으로 흐르는 강을 건너는 그 시기 한 소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져있다. 강원도 산골농가의 둘째 아들인 나는 「검정필 사건」으로 잘난 척은 포기하고, 누구나 그렇듯 친구들과 함께 은밀한 성에 눈떠간다. 대관령 정상에 가보고 발견한 더 넓은 세계, 상고에 진학했다 포기하고 고랭지 농사꾼이 되기로 결심했던 일, 그리고 성급하게 어른이 되기보다 아직 어른세계의 부정에 몸담지 않는 것이 순수한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작가는 자신의 체험에 바탕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왜 세상의 여자들에 대해 그토록 궁금한 것이 많았으며, 왜 그토록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는지, 그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씨는 『이제 내 마음 안에 오래 담아두었던 그 소년을 세상밖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호랑이를 봤다」는 성씨 특유의 풍자와 야유, 해학과 농담의 소설 쓰는 방식이 날것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구멍가게를 하다가 부도를 낸 여자의 이야기」 「친구에 명의를 빌려주었다가 감옥에 갈뻔한 사람의 이야기」 등등의 제목을 단 42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별볼일 없는 우리 이웃들의 인생유전이다. 이야기꾼, 그것도 거짓말쟁이로서의 소설가의 능청스런 본모습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보는 세상, 색계(色界)는 『짐승과 성자의 영혼과 개밥과 도토리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인간적」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그러면 「호랑이를 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심심하고 평범하며 한심한 가짜투성이와 부딪치고 맞닥뜨리는 삶의 행로이지만 어느 구석에, 그래 네 인생이 바로 그것이라는, 나아가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존재의 비의(秘義)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는 않을까. 가까이 가면 입을 쩌어억 벌리며, 어흥, 소리치는 것을 만날 것이다』 그 호랑이를 소설에서 발견하는 것은, 작가의 어투를 빌리면, 발견하든 말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하종오기자 h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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