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제를 둘러싼 논쟁과 여야간 정쟁은 논쟁의 가닥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특검제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지금 여당은 진상규명이 시급한 진형구(秦炯九)씨의 파업유도 발언과 관련된 사건에 한해서 우선 「한시적 특검제」를 입법화, 시행하고 일정수준까지 「제도화한」 특검제 도입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검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맞서 야당은 전면적·상설적 특검제를 고수하는 강경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한시적 특검제를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야당과 같이 「상설적」 특검제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여당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마다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입장은 야당의 입장에 비해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특검제에 대한 거부논리중 위헌성 논거와 특검제의 미국적 예외성과 부작용으로 인한 특검법연장 「반대」라는 최근의 미국 교훈은 그리 설득력이 크지 않다. 우선 위헌논란은 헌법적 근거가 없다. 법원과 법관은 헌법기관인 반면, 검찰과 검사는 헌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헌법의 하위규범인 정부조직법상의 원칙일 뿐이다. 미국의 사례를 거론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미국만 시행하고 있는 법률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법률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면 특검제보다 더한 제도라도 도입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좋으면 유지하고 부작용이 크면 다시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을 부추기는 핵심적 요인은 무엇보다도 「한시적」특별검사제의 「한시성」의 이중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沒理解)이다. 특별검사제는 「특별」이라는 접두어가 시사하듯이 원래부터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라는 법률적 「원칙」에 대한 「예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검제는 어디까지나 「예외법규」이다. 따라서 특검제는 원칙법규인 기소독점주의를 무력화하거나 이 원칙법규와 대등하게 나란히 서는 또 하나의 원칙법규로 자리잡을 수 없다. 따라서 특검제는 관할범위를 예외적 사건이나 검찰 자체가 연루되어 공정한 수사가 불가능한 사건에만 한정하는 제한성과 일정기간만 작동하는 한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특검제도 늘 시한부 법률에 근거했었다.
따라서 특별검사제는 애당초 내재적으로 제한적·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야당의 전면적·상설적 특검제는 특검제의 이 내재적 「제한성」과 「한시성」을 고의로 무시하는 정치공세의 성격이 짙다.
또한 여당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여야협상을 좌초시키는 것은 신의성실의 측면에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시민단체들의 「상설적」 특검제도입 주장도 저 내재적 「한시성」 원리를위배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당이 주장하는 「한시적」 특검제의 또다른 의미는 이러한 「내재적」 한시성 외에 수사착수의 긴급성에 따른 「한시성」을 담고 있다. 양대노조는 「파업공작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파업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사태는 노사정위의 재건 및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는 심각한 분규이다. 경제개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노조의 이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긴급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진형구사건에 한해서 일정 시한내에 작동하는 「시한부」 특검제가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긴급성으로 인해 요구되는 한시적 특검제도입은 야당이 한사코 반대한다면 여당 단독입법으로라도 수사를 개시함으로써 노조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밖에 없다. 좀 더 긴 제도적 수명과 폭을 갖는 한시적 특검제는 따로 충분한 논의시간을 갖고 만들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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