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다시 돌아가는가.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가진 정상회담에서 코소보 사태로 야기됐던 갈등·대결 국면을 청산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러시아 총리가 미국으로 향하던 중 코소보 공습소식에 기수를 되돌렸던 양국 관계는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의 8월 초 방미가 실현되면 답답했던 긴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날 전망이다.
양국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코소보 사태의 종식방안에 대한 합의는 물론 지지부진했던 새로운 핵무기 감축, 즉 제3단계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Ⅲ)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넘어 21세기 세계 평화질서 구축의 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은 회담에서 군축과 경제의 「빅딜」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은 군축분야에서, 옐친 대통령은 경제문제에서 각각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은 우선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STARTⅡ의 비준을 위해 국가 두마(하원)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93년에 체결된 이 협정은 미국의 경우 96년에 비준됐으며, 러시아에서도 올 상반기에 비준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코소보 사태로 무산됐다.
미국에게 고무적인 것은 72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의 개정협상 합의. 미국은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나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의 개발·배치를 위해 ABM를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ABM의 무력화는 군비확장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러시아에「경제지원」이란 보따리로 풀어놓았다.미국은 러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지원을 받는데 적극 협조키로 공약했으며, 구 소련의 부채 탕감에 대해서도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는 물론 양측의 국내외 사정이 중요한 배경으로 깔려 있다. 미국은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등으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안, 러시아의 관계회복이 필요했고, 러시아는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다는 설명이다.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박사는『러시아가 아직 군사적으로는 초강대국이지만, 국내 경제와 정치문제로 미국과 갈등관계를 지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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