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에 참가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미국에 「깜짝선물」을 선사했다. 러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약속에 대한 답례다.옐친이 이날 클린턴에게 전달한 깜작선물은 존 F. 케네디 전미대통령의 암살
에 관한 러시아의 비밀해제문서.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매우 흥미로운 선물』이라면서, 서류를 주의깊게 검토한 후 케네디의 암살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에 대해서는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밀해제문서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누가 케네디 암살을 주도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릴 지의 여부. 당시 케네디 암살범으로 지목됐던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논란이 있어온 데다, 오스왈드가 구소련에서 3년 가까이 망명생활을 한 전력 때문에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암살 사주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옐친이 넘긴 문서를 통해 케네디 암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될 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계속 남게 될 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과거에도 옐친은 이같은 선물을 한 경험이 있지만 이중에는 짭짤한 내용도 있었던 반면, 그저그런 것도 있었기 때문.
앞서 옐친 대통령은 한국에도 몇차례 선물을 안겨줬었다. 94년 김영삼(金永三) 전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옐친은 6·25전쟁 관련 대외정책문서를 전달했다. 옐친이 건넨 문서는 6·25가 북한, 구소련, 중국의 공모합작에 따른 것이며,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가치있는 선물이었다.
옐친 대통령은 또 92년 방한 당시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에게 83년 소련 공군기에 격추된 대한항공(KAL) 007기 블랙박스의 본체를 넘겼다. 그러나 이 블랙박스의 해독작업을 통해서도 정확한 사고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아 옐친의 선물은 「받으나마나 한」 것이 돼 버렸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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