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글 쓰고 인터넷 사이트를 찾기 시작하면서 인쇄용지를 참 많이도 썼다. 원고수정을 하려면 출력부터 했다. 『이건 자료가 될 거야, 친구가 좋아하는 테너 도밍고 이야기네 친구 줘야지』 하면서 출력을 하곤 했다. 종이가 쌓이고 분류가 힘들어지자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종이를 많이 써가며 출력하는 것일까, 나만 버리지 못하는 습관일까를 자문하게 됐다.주위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화면으로 고칠 것, 흘긋 읽어볼 것, 메모해둘 것도 다들 출력하고 있었다.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온세계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 신문 잡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난 25년간 신문 잡지 종이소비량은 20% 증가했다. 그러나 컴퓨터사용이 많은 사무실에서의 종이소비량은 600%나 늘었다. 그것도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확산된 최근 5년간 집중적으로 늘었다.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바꾸게 하는 컴퓨터가 널리 쓰이고 개인용 컴퓨터는 600만여 개나 되는 전자정보를 담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는데도 종이를 「물쓰듯」 하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oneworld.org/iied
), 지식인일수록 커뮤니케이션과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종이를 많이 소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B1 폭격기 1대를 개발하는 데 3만5,000 권의 종이자료를 만들어야 했던 미국방부, 전직원의 연간 사용문서가 26층사옥의 150배가 된다는 삼성전자, 매출보고서만도 35만매였다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종이없애기」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종이중심적」사고 때문이었을 것이다.
73년경 미국전화회사들이 외치기 시작한 「종이없는 사무실」은 실현이 어렵기는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조차 96년 문서표준화를 위한 인트라넷을 하나씩 개발하고 비로소 「종이줄이기」를 정착시켰다. 그래픽과 동영상이 섞여 있으나 문자위주임에도 인터넷자료는 비디오와 속성이 같은 「흐름의 매체(streaming media)」여서 훑어 보게 하려면 출력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세계종이소비량이 2010년에는 80년대의 두 배가 넘는 4억5,000만톤이 된다는데 종이를 「물쓰듯」 할 수는 없다. 『이제 자료정리는 폴더에 하는 거야』하고 작정하니 450개 등급의 종이 중 상위등급의 인쇄용지를 써온 심리적 부담이 덜어진다. 1인당사무에 필요한 합리적 종이소비량은 연간 30㎏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쓰는 사람은 종이소비중독증환자(
econwpa.wustl.edu
)로 불릴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박금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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