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차관급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35·주부)씨를 억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21일 오후 8시 통일부장관실에서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주재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부심했다.정부는 회의에서 일단 21일 저녁으로 예정됐던 봉래호의 출항을 중단 시키는 등 금강산관광사업을 일시 중단키로 결정하고 북측에 민씨의 조속귀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과문을 발표했다. 2시간반동안 계속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베이징 차관급회의 연기사태와 동시에 빚어진 이번 사건이 대북포용정책의 악재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참석자들은 청와대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북측의 의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등 숙의를 거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정황을 종합한 결과 북한이 서해교전사태와 베이징 남북차관급회담 연기사건 등과 결부시켜 관광객을 억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현대측과 맺은 금강산관광을 위한 부속합의서 10조2항 「북측은 관광객 등이 북측의 관습을 따르지 않거나 사회적 도덕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광객을 북한에 억류하지 않을 것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같은 판단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을 잠정중단시킨 것은 북측의 관광객억류라는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여론의 질책을 우려해 일시적 강경대응을 하고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 7월9일 사회안전상 백학림 명의의 「신변안전보장각서」에서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및 무사귀환을 보장했다』고 전제하고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강경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광사업주체인 현대측에 보다 확실한 신변안전을 보장받도록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NSC관계자는『북한이 금강산관광사업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사업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길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민씨의 행동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사태가 조기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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