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56)씨는 지난해 2월 사면돼 공주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18년간의 긴 여행에서 돌아온 느낌』이라고 첫 말문을 열었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스스로의 행적을 「긴 여행」이라 표현한 것이다. 작가들에게 삶은 곧 길 위에서의 삶이고 작품은 그 길에서 얻은 과실이다. 많은 작가들이 떠나고 돌아오면서 그 여행길에서 얻은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진다.최근 돌아온 대표적 작가는 박상륭(59)씨. 그는 30여년간 이민갔던 캐나다에서 지난해 영구귀국했다. 모국과 모국어를 떠나있으면서 오히려 그는 누구도 구사하기 힘든 한국어로 장편 「죽음의 한 연구」와 「칠조어론(七祖語論)」을 완성해 한국문학의 한 비밀을 만들었다. 전업문인은 아니지만 14일 20년만에 귀국한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52)씨도 떠나있음으로 쓸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삼풍백화점이, 성수대교가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나무 하나하나는 보지 못했지만 숲은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떨어져서 보는 것」의 의미를 말했다.
두번째 창작집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를 최근 묶어낸 윤대녕(38)씨는 문단의 여행광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그는 국내 각지는 물론 유럽여행 등을 통해 얻은 경험을 특유의 미학적 문체에 간접적으로 녹여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과는 다른, 시원(始源)의 세계를 꿈꾸게 하는 작가다. 이밖에 류시화 시인의 글도 여러 차례 인도여행을 통해 건져올린 명상의 산물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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