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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신경숙] 비밀결혼식의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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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신경숙] 비밀결혼식의 씁쓸함

입력
1999.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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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소설가 신경숙(36), 시인·문학평론가인 남진우(39)씨의 결혼은 근래 드물게 문단은 물론 문학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다. 90년대의 대표적 작가로 대중들에게도 낯익은 신씨와 문단의 총아인 남씨가, 가까운 문인들에게도 며칠 전에야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라』는 조건을 붙여 결혼사실을 알릴 정도로 비밀스럽게 교제해 결혼에 이르렀다는 점이 우선 그랬다.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결혼식 당일의 해프닝이었다. 식은 당초 19일 오후 서울의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가족모임 형식으로 조촐하게 치러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 전날 저녁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당사자들은 그날 밤 결혼식 장소와 시간을 바꿔 이튿날 낮 12시 종로구의 음식점 하림각에서 식을 올렸다. 주례는 김화영 고려대교수, 사회는 문학평론가 황종연씨가 보고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축가를 불렀으며 시인 안도현씨가 축시를 낭송했다. 가족친지 50여명, 당사자들과 가까운 문인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를 다 갖춘 결혼식이었다.

하지만 막상 식 내내 결혼당사자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비밀스럽게 장소와 시간을 바꿔가면서 식을 올렸지만 몇몇 사진기자들이 나타났고 경찰까지 나서 이들이 찍은 필름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초청을 받지 못했거나, 장소변경 사실을 모르던 몇몇 문인들은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왔다. 당사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부담스럽고 언론에 요란스럽게 보도될 것을 꺼려해 그랬다지만, 결혼식의 이런 분위기에는 다른 참석자들도 당혹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축복받거나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의식이 관혼상제다. 소설가·시인이 시끄럽게 결혼하기 싫다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누구보다 문학에 대한 순정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어서 그렇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독자인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속성, 같은 길을 가는 동료문인들의 속내를 결혼식에서만은 내몰라라 하겠다는 심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하지 않는가. 같은 날, 전·현직 장관 자녀의 결혼기사와, 영국 왕실 결혼식이 세계 2억명 시청자들에게 보도됐다는 기사가 나란히 신문에 실린 것을 보면서, 또 허다한 대중문화인들의 결혼과 관련된 해프닝들을 떠올리면서 새삼 생각해보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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