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로 한국독자들에게 유난히 친숙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아버지들의 아버지」(전2권·열린책들 발행)가 번역됐다. 『나는 인류가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고 있다. 달리 이름짓기가 마땅치 않아서 우리가 흔히 「빠진 고리」라고 부르는 그것의 정체를 나는 안다』고 황급히 메모를 남긴 고생물학자가 돌연 살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주간지 여기자와 전직기자의 추적, 「빠진 고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계의 갈등, 범인을 찾아 아프리카에까지 펼쳐지는 추격전.「아버지들의…」는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수수께끼를 이처럼 스릴러 형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베르베르는 「개미」나 영계(靈界)를 다룬 「타나토노트」 등에서 보여주었던 자신의 과학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진화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영화처럼, 만화처럼 유연하고도 흥미진진한 모험소설로 엮어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됐을 때도 커다란 화제가 됐던 작품.
「빠진 고리」 즉 「미싱 링크(Missing Link)」란 인류진화의 어느 한 단계에 존재했다고 가정될뿐 실제로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은 생물종 일반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지금의 인류와 그 조상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되는 중간 단계의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베르베르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모험담이라는 한 축과 함께, 370만년 전 인류의 가장 직접적인 조상, 즉 미싱 링크에 해당되는 존재들의 일상을 상상력을 동원해 묘사하는 또 한 축을 소설의 줄거리로 만들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에서 그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진화한 존재가 아니라, 진화하고 있는 존재다』라는 것. 간단한 언술 같지만 과거지향적 입장이 아닌 미래지향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베르베르는 『우리가 충분히 진화했다는 착각을 깨트릴 때 우리 안의 동물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개미」로 얻은 인기 때문인지 베르베르의 한국 독자들에 대한 애정은 대단해서 이번 책에도 한국어판 서문을 따로 썼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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