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란결심공판 검찰논고 요지 -대검 중수부(부장 이종찬·李鍾燦검사장)는 21일 환란재판 결심공판에서 강경식(姜慶植) 김인호(金仁浩)피고인에 대한 구형에 앞서 38쪽 분량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다음은 검찰 의견서 요지.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심과 자존심때문에 경제위기의 실상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대통령이 국정 총책임자로서 국력을 결집해 외환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잃게 했다. 특히 한국은행이나 정부출연 경제연구소의 수십회에 걸친 외환위기 경고 등도 무시했다.
강피고인은 더구나 IMF행 결정사실을 혼자서만 알고 경질된 후에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사실마저 부하직원 어느 누구에게조차 알리지 않은채 퇴임, 인수인계도 하지 않았다. 강피고인은 또 부당하게 외환시장 개입중단 지시를 내려 우리나라 외환시장 사상 처음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고 이로써 국제투자가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이를 3일동안 방치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강피고인의 이중적인 태도는 기아사태 처리를 지연시킨 가장 큰 원인중 하나이다. 겉으로는 불간섭원칙을 천명하면서도 속으로는 주요채권 은행장을 철저히 조종했다. 주리원백화점과 진로그룹에 대한 대출도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피고인도 아무런 원칙없이 해태그룹에 대한 협조융자를 강요, 은행들이 형식적인 여신심사만을 하도록 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한편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이 고통은 우리의 숙명도 운명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피고인들을 포함한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인위적인 잘못으로 인해 최악의 강도높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피고인들에 대해 엄정한 법적 처벌이 따르지 않는다면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진실은 영원히 감춰질 지 모른다. 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와 노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 채 숙명, 또는 우연하게 떨어진 날벼락인줄로만 알고 살아갈 것이다. 나아가 현재 우리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관료들은 이 사건에서 아무런 교훈도 배우지 못할 것이며 우리의 경제는 아무것도 나아질 것이 없을 것이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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