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그룹과 최순영회장 가족들은 21일 「운보(雲甫) 그림 로비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그림과 관련 거래서류까지 공개했지만 몇가지 석연찮은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무엇보다 회사 경영상태가 최악인 시점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60억여원을 그림구입에 사용한 점과, 청와대 사직동팀등 사정당국이 내사를 제대로 진행했는지가 의문이다. 또 운보의 아들 김완(金完·50)씨가 알선한 다른 소장자들의 그림과 거래가격이 어떠했는지도 분명치않다.
●정말 미술관 짓기위해 구입했나
김씨는 『지난해 10월 그림을 살 사람을 물색하던 중 최회장의 매입의사를 확인하고 이왕이면 재단을 설립해 그림을 소장하자고 제안, 최회장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에 앞서 2명의 재벌총수에게 매입을 제안했으나 IMF 자금난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최회장은 서울 여의도 라이프쇼핑 빌딩자리에 운보 미술관을 짓겠다고 밝혔다고 김씨는 전했다.
하지만 김씨의 진술외에 미술관 설립을 실제 진척시킨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회장이 자금난 등으로 회사가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림 구입비 60억원도 벅찬데 수십억~수백억원이 들어갈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대목은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최회장이 미술품을 구입한 지난해 12월은 최회장에 대한 사법처리설이 파다하던 때여서 설령 미술관 건립의사가 사실이라해도 사들인 일부 미술품이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거래된 그림은 몇 점인가
그림 거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김씨는 몇 점이 팔렸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운보 그림 190여점(40억원 어치)과 다른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던 30~40점(20억원 어치)등 모두 220~230점을 팔거나, 알선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생명측은 63빌딩에 60억원 어치의 운보그림 203점이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김씨가 밝힌 운보그림이 220~230점이라고 해도 대한생명이 밝힌 203점 사이에는 10~20점의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김씨가 개인 소장자 20여명으로부터 알선했다는 30~40점의 운보 그림들이다. 김씨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운보그림은 대부분 추상화로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부적절하고 로비에도 쓰이기 힘든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고가에 거래되고 일반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운보 그림은 바보산수화나 청록산수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이 말은 김씨가 거래를 알선했다는 개인 소장자의 그림들은 로비에 쓰일 수 있는 산수화였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검찰과 경찰은 제대로 수사했나
청와대 사직동팀은 물론 옷 로비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도 이달초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운보 그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거래를 알선했던 개인 소장자중 한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사람이 「세금내면 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청와대 사직동팀이 고가 옷 로비 의혹을 수사할 때쯤 운보 그림과 관련해 조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회피한 채 얼버무렸다. 김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청와대 사직동팀과 검찰에서 최회장이 운보 그림을 매입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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