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캐롤 타브리스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또 하나의 문화, 440쪽, 1만 2,000원
남자들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범죄가 없을 것이고 뚱뚱하고 행복한 여자들이 많을 것이다』 미국 만화가 니콜 홀랜더의 이야기. 「자존심이 낮다, 유머감각이 없다, 자아가 없다, 의존적이다, 잘 설득 당한다, 감정적이다, 경쟁적이지 않다」. 여성의 「열등」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심지어 남근(男根)을 선망한다까지. 이런 식으로 남성의 특징을 써보면? 「자존심이 너무 높다, 공격적인 유머를 즐긴다, 이기적이다, 고립적이다, 고집이 세다, 감정이 메말랐다, 협동적이지 않다」.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르고, 누가 더 나은가? 이런 논쟁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캐롤 타브리스는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원제 「The Mismeasure Of Woman」)에서 남성과 여성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토론은 여성을 늘 불완전하고 열등한 존재로 비하한다고 지적했다.
날씬해지려는 노력을 건강을 위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방의 위험에 대한 경고 중 많은 것은 남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바탕하고 있다. 여성들은 생물학적으로 지방을 허벅지, 엉덩이, 옆구리에 저장해야 한다. 월경, 임신, 수유에, 폐경 이후에는 에스트로젠의 생산과 축적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적당한 양의 지방은 건강에 해로울 리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마른 여성은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진다. 타브리스는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는 기준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고 지적한다. 법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심지어 의학조차도 「70㎏ 남성」의 생리를 기준으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고 말한다. 해부도는 생식기를 설명하는 대목을 빼고는 대부분 남성의 몸을 그려놓았다.
하지만 타브리스는 여성이 남성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등 일부 여성운동가들의 주장에도 반대한다. 여성운동의 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캐롤 길리건의 저서 「다른 목소리로」에서 주장하는 여성 특유의 「보살핌의 윤리」는 그 발견 자체로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타브리스는 일부 여성운동가들이 이 발견을 곡해하고 있다고 본다. 보살핌의 윤리는 오직 여성만의 것이라거나, 그것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타브리스는 길리건의 발견이 매력있지만 심리학에서는 아직까지 그의 주장을 입증할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르고 그 다름은 우열의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타브리스는 여성과 남성의 몸의 작용, 병에 대한 처방이 얼마나 다른지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모든 법이 임산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기준」이다. 지은이가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여성과 남성의 특징과 차별에 관심 가져온 생각을 고스란히 담은 노작이면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존중하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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