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민정수석실 신설은 외형상 민의 수렴기능의 강화를 의미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고가 옷 로비의혹, 파업유도 의혹의 와중에서 터져나온 『민의를 제대로 들으라』는 비판을 수용, 민정수석을 신설키로 한 것이다.아울러 이반되는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다. 지지세력마저 이탈하는 최근 상황에서 별다른 묘책이 없자, 여권 핵심부는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듣겠다」는 상징적 조치로 민정수석을 신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물론 재야 시민단체에서도 민의 수렴기능의 강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동교동계 핵심들이나 개혁세력들은 『청와대에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비판의 저변에는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의 영향력에 대한 불만, 견제심리가 깔려 있었다. 따라서 민정수석 신설은 이런 불만을 고려한 정치적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정수석 신설만으로 민의 수렴과 여권내 권력균형이 담보된다고 볼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힘을 담보하고 있는 사정과 공직기강의 기능이 현행대로 비서실장 직할로 남기 때문이다. 집행수단을 갖고있지 않는한, 민정수석실이 여론수렴 기능만으로 제대로 역할을 발휘할 지 의문시되는 것이다.
또한 민정수석에 검찰출신 등 기존 인맥의 인물이 기용된다면,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김대통령도 이를 인식, 재야와 시민단체 대표자들에게 민정수석의 추천을 당부했다. 그러나 김태동(金泰東)전정책기획수석의 중도퇴진에서 볼 수 있듯, 사정기능이 없는 민정수석이 겉돌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하고, 그에 얼마만큼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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