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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굳어진 골프버릇 고칠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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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굳어진 골프버릇 고칠필요없다

입력
1999.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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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골프 버릇을 갖고 있다. 셋업을 취하기 전, 셋업을 할 때, 스윙을 할 때, 샷을 날리고 나서, 기막힌 결과를 얻었을 때 등등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동작을 보인다. 영어로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루틴은 언뜻 불필요한 듯 보이지만 안정된 샷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불필요한 듯한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이 마음먹은 샷을 날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동작을 생략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자신감이 없어져 결국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경험한다.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골퍼인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은 많은 시간을 들여 셋업을 한 뒤 샷을 날리기 전까지 수없이 목표물과 볼을 번갈아보는 버릇이 있다. 보통 한두번 쳐다보곤 샷을 날리기 마련인데 올라자발은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7~8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샷을 날린다.

한 친구가 그의 이같은 습관을 꼬집었다. 『자네가 나보다 먼저 볼을 칠 땐 잠깐 눈을 붙여도 되겠더라구』

올라자발이 대답했다.『미안하네. 하지만 그 동작을 하지 말라는건 골프를 그만 두라는 것이나 같은 주문일세』

올라자발의 깔끔한 샷은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이 동작을 거친 뒤에 나오는 것이다.

춤추듯 기괴한 동작으로 샷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있었다. 상궤에 벗어난 그의 동작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고를 했다. 그는 그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동작을 고치려고 애를 썼지만 샷도 스코어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는 본래의 기괴한 동작으로 돌아가서야 안정된 샷과 스코어를 되찾았다.

자기 나름대로의 습벽은 자신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보기에 흉하다고 이미 굳어진 골프버릇을 억지로 고치려 했다간 도리어 골프를 망치기 쉽다. 오랜 기간 골프를 하면서 굳어진 습벽은 굳이 버리려 애쓸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나 동기가 아니다. 남의 시선도 아니다. 마음이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골프에서도 자신이 만족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아무리 보기 흉한 습벽이라도 쓸모있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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