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미북 고위급회담은 한반도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회담은 서해상에서의 남북한 교전사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준비 포착등 무거운 현안들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21일의 남북 차관급 회담에 이어 열리게 된다. 특별한 의제없이 약속된 이번 회담에서는 양측의 모든 현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사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잠시 접어둔다면 이번 회담은 「카트먼-김계관」의 고위급 채널이 정례화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찾을수 있다. 3월까지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의혹을 해소하기위해 두 사람의 접촉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 회담은 그 성격이 다르다. 지난달 20일 금창리 사찰의 사전준비작업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특사는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사찰이 끝난뒤 한번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이어 북한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3주일전에 이번 베이징 회담의 일정이 잡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금창리 조사결과에 대한 논의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양측이 필요할때 언제든지 만날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길게 보면 미북수교로 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접촉에서는 물론 금창리 조사결과, 한반도 4자회담, 제네바 핵합의 이행문제등 실무적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측으로서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재개에 대한 우려가 큰 관심이 되고 있는 때여서 김계관을 통해 이에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제시한 포괄적 패키지의 진의를 다시한번 설명하고 미사일 실험 재개가 가져올 위험성을 상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경우 국내여론이나 공화당의 거센 압력을 버텨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자칫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등 미국의 제네바 핵합의 이행에도 차질을 빚을수 있게 된다.
이번회담이 서해안 교전사태가 터지기전에 잡힌 일정이지만 이 사태가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묵인아래 이뤄진 남한측의 계획적인 군사도발」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북한측이 먼저 이 사태에 관한 언급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난이후 지난 46년동안 현실적으로 분계선의 역할을 해온 북방한계선의 실체를 인정, 더이상의 무력충돌을 피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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