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난 반면 공간지각은 떨어진다』 주변에서 흔히 듣는 이런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외형적으로 여자의 뇌는 남자보다 10% 가량 작다. 남자의 뇌 무게는 보통 1.4㎏, 여자는 1.25㎏. 반면 뇌 신경세포는 여자가 10% 가량 많다. 특히 여자의 뇌는 언어구사 등 고급 인지능력에 할애된 부분에 신경세포가 더 빽빽히 들어차 있다. 두뇌의 이런 구조적 차이가 남녀의 특성을 어떻게 구분짓는지 알아보자.
여자가 뇌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마크 조지박사는 『여자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남자보다 뇌의 더욱 광범한 지역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남자가 두뇌활동을 할 때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만 신경세포가 활동하지만, 여자는 여러 부분의 뇌세포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자는 뇌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뇌량(腦梁·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의 구조가 더 조밀해 정서적, 직관적인 우반구와 이성적, 사실적인 좌반구가 상호작용을 더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뇌는 특정 부위만 활동하는 대신 집중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여자의 뇌가 감정에 더 민감하다
과학자들은 여자가 남자보다 슬픈 감정을 받아들이는 뇌의 반응폭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지박사는 『여자는 슬픈 상황을 접했을 때 우울한 느낌이 남성의 8배나 되는 뇌면적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서도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이 남성보다 2배 가량 높았다. 펜실베이니아대 라켈 거박사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 배우들의 사진을 보여준 결과 남자들은 슬픔에 찬 여성배우의 모습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자는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여자는 말하거나 글을 읽는 속도가 남자보다 빠르다. 예일대 샐리 셰이위츠교수는 검사결과 여자가 동일한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남자보다 더 많이 생각해냈으며 동의어나 빛깔·형태를 나타내는 단어도 더 빨리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여자는 책을 읽을 때 뇌의 좌·우반구에 있는 신경영역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셰이위츠교수는 분석했다.
라켈 거박사도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남녀의 뇌를 조사한 결과 남자는 하등동물에게 발달돼 있는 부위인 감정을 통제하는 대뇌의 활동량이 유난히 활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자들은 언어와 제스처 같은 상징적 행동과 관계있는 부위에서 두뇌활동이 왕성했다. 여자가 추상작용과 언어기능 등 정신적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일을 잘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자의 기억력이 더 좋다
뉴욕대 연구팀은 제한된 공간내에 있는 물체를 잠시 보여준 뒤 그 물체의 형태와 위치를 기억하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여자들의 평균점수가 105점으로 남자(100점)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심리학자 토머스 크룩박사는 남녀 5만여명의 기억력을 검사한 결과 모든 연령층에서 여자의 기억력이 남자보다 뛰어났다고 보고했다.
여자의 뇌는 노화가 느리다
남자의 뇌는 여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축된다. 뇌에서 포도당을 소비하는 속도가 여자보다 빠르기 때문. 뇌가 줄어들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화를 잘 내게 된다. 남성이 나이가 들수록 까다롭고 심술궂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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