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환자를 돕는 게 의사의 의무이다. 정자생성이 곤란한 남성불임환자를 위해 쥐의 고환을 빌리는 것은 윤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의 미성숙 정자세포를 쥐의 정소에 이식해 정자로 키우는데 성공한 일본 돗토리대의대 비뇨기과 니콜라오스 소피키티스(37)교수가 을지중앙의료원 개원 4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9일 내한했다.
그리스출신인 그는 정자가 1마리도 없는 남성 18명에게서 뽑아낸 미성숙 정자세포를 실험용 쥐 18마리의 정소에 직접 주입, 이 중 5마리에서 성숙한 인간의 정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쥐인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실험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피키티스교수는 동물의 고환을 이용해 미성숙 정자세포를 키울 경우 두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동물세포가 사람세포와 오랫동안 접촉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단백질 등이 사람에게 넘어올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동물의 고환에 있는 바이러스의 DNA가 사람의 염색체안에 들어가 돌연변이를 일으킴으로써 사람도 쥐도 아닌 전혀 다른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 이런 문제 때문에 그의 연구자세는 상당히 신중하다.
그는 이미 돗토리대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쥐의 정소에 이식해 키운 정자를 사람의 난자에 주입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정란의 세포에서 떼어낸 DNA와 사람의 DNA가 완벽히 일치해야만 출산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러면 왜 하필 쥐의 고환인가. 그는 『정상기능을 지닌 사람의 고환을 이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누가 불임남성을 위해 자신의 고환을 빌려주겠는가. 설사 기증자가 나타나더라도 어느 정자가 불임남성의 것인지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끼나 고양이의 정자도 사람과 거의 비슷해 이용이 어렵다고 한다. 반면 쥐의 정자는 머리모양이 사람과 다르고 길이도 5배나 길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는 쥐인간의 안전성이 입증돼 임상에 실제 적용된다면 불임치료는 물론 각종 남성암의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방사선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경우 정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식능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지만, 정자세포를 미리 채취해 보관했다가 치료가 끝난 뒤 다시 고환에 집어넣으면 정상적인 정자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독실한 그리스정교회 신자인 소피키티스교수는 아테네의대를 졸업한 비뇨기과전문의로 미국 테네시대, 코넬대 등에서 연수한 뒤 88년부터 돗토리대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글=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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