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작되는 베이징(北京)차관급 회담에서는 많은 진통이 따르겠지만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도 밝다는게 현지의 관측이다. 서해 교전사태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잠복해 있지만 예비접촉에서 합의한대로 남북이 일정한 합의를 이룰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서해사태의 와중에도 베이징 현지 북측 관계자들은 『(이산가족사업도)「무대」위에서 연출할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라는 언급을 해왔다. 이는 북측이 지난 3일 끝난 예비접촉의 합의대로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시범사업을 이행하겠다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이산가족 사업을 「무대」위의 행사로 한정하기 위해 이산가족 서신교환이나, 면회에 참가할 이산가족의 숫자와 빈도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측이 회담 초반부터 서해교전을 의제로 제기해 이산가족 문제 논의의 진전을 원천봉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측의 박영수(朴英洙)수석대표가 94년 3월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서울 불바다」발언을 한 전력을 지닌 점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이 회담을 철저히 실무적으로 진행, 소모적인 선전장소로 만들지 않겠다는 협상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남측 수석대표인 양영식(梁榮植)통일부 차관은 베이징 도착 직후 예비접촉 합의대로 이산가족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측은 북한이 예비접촉의 합의대로 회담에 응한 점, 비료지원을 계속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 등을 들어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우리측의 기대는 21일 회담 첫날 북측 기조연설을 통해 시험대에 오른다. 우리측 요구대로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한다는 내용이 기조연설에 포함될 경우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일단 소박한 꿈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