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와 관련,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에 대한 환란재판이 21일 제26차 공판을 끝으로 1년간의 역사적 법정공방을 마무리짓는다.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호원·李鎬元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의 논고 및 구형과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을 듣고 지난해 7월10일 첫공판이후 2주에 한차례씩 속행돼온 마라톤 환란재판을 결심한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20일.
이날 검찰의 논고는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국가부도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전망이다.
그동안의 재판에서 실무진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수시 보고하고 국가부도의 징후들이 여러차례 감지됐음에도 이들이 개인적 야망과 욕심때문에 이를 묵살하고 은폐했다는 것이다.
또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전국민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만큼 직무유기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주장이다. 검찰은 법적으로 최고 징역 7년6월까지 구형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일원인 서정우(徐廷友)변호사는 20일 『당시 최고 경제책임자였던 강·김씨가 도덕적으로 손가락질당하고 정치적으로 비난당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도덕적 비난과 형사적 처벌은 전혀 별개 문제이며 강·김씨에 대한 공소제기 자체가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서변호사는 나아가 『환란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불안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강·김씨도 이를 예견한 뒤 구조개혁을 하려 했었으나 대선과 맞물려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실패가 결국 환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공방과는 달리 강·김씨가 주리원백화점과 진로 및 해태그룹에 대출을 해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강·김씨가 이를 피해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그동안 2주에 한번씩 단 한 차례도 건너뛰지 않고 재판을 속행하는 강행군을 해왔다. 증인만 모두 50명이 소환됐고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24권의 수사기록은 재판과정에서 33권으로 늘어나 총 3만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서가 만들어졌다. 법원 및 검찰과 변호인단은 후세의 교훈으로 삼기위해 환란재판기록을 영구 보존키로 하고 환란재판 보고서를 책으로 내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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