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항복문서를 보낸 지 6일만인 15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은 나토 공습으로 30명의 민간인이 사상한 남부 알렉시나츠 마을을 직접 찾았다. 피해상황을 시찰하기 위해서였다.이날 밤에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국군의 날 축하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공화국 군이 보여준 「임전무퇴」의 정신을 높이 치하하면서, 군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논공행상」 인사를 발표했다. 오이다니치 연방군 참모총장은 이날자로 대장에서 원수로 승진했다. 전날에는 나토군의 주 공습대상이었던 북부 보이보디나 자치주의 주도 노비 사드도 방문했다.
여간해서 국민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밀로셰비치가 이틀 연속 지방시찰에 나선 것은 왜일까. 지난해 10월 지진피해 지역을 시찰하기 위한 공식행사에 나타난 이후 6개월이 넘도록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였다. 공습중 두차례, 종전 다음날인 10일 한차례 대 국민성명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TV 화면상에서였다.
알렉시나츠를 방문하던 날, 반(反)밀로셰비치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세르비아 정교회는 밀로셰비치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야당 일부에서도 그의 사임과 총선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헝가리인과 비(非) 세르비아인이 다수인 보이보디나 자치주와 공습중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던 남부를 종전 후 첫 시찰지로 선택한 데서 그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서방측은 급해진 밀로셰비치의 발걸음이 와해되고 있는 그의 정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조되고 있는 사임압력을 불식시키고 강력한 국정운영능력을 보여주려는 제스처라는 시각이다.
세르비아공화국내에는 지금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밀로셰비치가 온건파 대리인을 내세운 뒤 자신은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나리오가 파다하게 퍼져 있다. 유고재건비용을 이용해 자신을 권좌에서 밀어내려는 나토측과 연방내 반 정부 정서 등에 맞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궁금하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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