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고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 등 가상 공간에서 자신이 속해 있거나, 속했던 곳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네티즌들이 부쩍 늘었다. 전통적인 매체나 기존의 민원해결 통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검열도 없고 전파력도 뛰어난」 사이버 세계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사이버 고발자는 익명을 선호하는 내부 고발자와 퇴직뒤 실명으로 활동하는 외부 고발자로 나뉘며 주요 고발대상은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이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뒤 「패션 코리아」(www.fashionkorea.co.kr)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김기대(金基大·36)사장은 백화점 업계에선 공포의 존재다.
올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 등에 사은품 비용을 부당강요한 백화점들을 조사한 것도 패션 코리아가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물고늘어진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5월에는 「L백화점의 거짓 광고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집중취재 코너 등을 올려놓았다. 지난해 8월 홈페이지 개설 뒤 최근까지 하루 평균 3,000건, 총 45만여건의 접속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문전성시다.
전 삼성생명 직원 장영수(張泳洙·35)씨는 3월17~5월18일 50여회에 걸쳐 하이텔 등 4대 PC통신 게시판에 「광고금지당한 삼성 이야기」라는 시리즈 비판물을 올렸다. 『엄숙한 분위기에 숨쉬기도 어려워 일찌감치 회사를 떠나는 동기들이 많았다』『회장의 지시는 와전돼 전달된다』는 등의 생생한 고발에 하루 최대 1,500건의 조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 홍보담당자는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있지만 사이버 매체의 특성상 정색하고 대응하기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도 고발자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4월말부터 5월4일까지 인사 난맥상 및 낭비 행정을 폭로하는 6편의 「민선비화」 시리즈물이 떴다. 올린 이는 익명의 「동장군」이었다.
강릉시청 관계자는 『내용중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며 『내부자가 올린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에는 독도경비대장을 지낸 경북경찰청 소속 심모 경사가 PC 통신에 「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등 경찰조직의 구태와 수뇌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일부 공직자는 『특히 익명 고발의 경우 화풀이나 불순한 공격일 경우가 있다』며 『내부 고발자와 「자객」을 구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야후 코리아의 김경희(金京喜·여·33)서핑팀장은 『지난해말 이후 비판과 폭로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들이 속속 생겨 현재 20여개에 달한다』며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백가쟁명」이 사이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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