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언론대책기능을 강화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야당은 18일 국정원의 언론단 신설 움직임이 언론사찰 강화계획이라고 주장하고, 국회 정보위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국정원은 이를 부인하고, 부서내 언론정보 수집기능을 재조정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정보기관의 「언론기능 강화」가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몰아붙일 것만은 아니다. 차제에 정부는 야당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 정부의 언론정책이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정부의 언론담당 업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업무구획도 분명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청와대만 해도 언론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비서실은 공보와 정책기획등 두 군데다. 여기에 국무총리 산하에 국정홍보처가 있고, 문화관광부내에도 언론매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정부가 과거 언론개입의 본산으로 비난받았던 공보처를 없애는 대신 그 기능을 분산시키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이런 모양새가 돼버렸을 개연성이 높다. 공보처는 없어졌지만 그 기능은 그대로 되살아 난 셈이다.
과거 정권들은 정권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 정부 부처와 국가기관의 대언론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안기부가 취합한 언론정보가 정권의 효율적 운영에 상당 부분 기여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느 정권이든 국가기관의 이러한 대언론 기능에 많은 유혹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권이 그같은 유혹에 빠진다면 민심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치명적 함정에 빠지기 쉽다. 김대중정부의 사람들은 누구보다 그런 정권의 악폐를 몸으로 겪었던 사람들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야당지도자 시절 자신의 이름 석자를 오랫동안 신문에서 보지 못한적이 있었다.
정권의 언론개입으로 신문들은 이름 대신 그냥 「동교동」으로 써야했다. 이런 폐단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에 국민의 정부가 출범과 함께 공보처를 없앴다고 국민들은 생각해 왔다.
국정원이 야당 주장대로 과거의 「언론기능」을 복원하려 한다면 과거 정권의 언론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정권을 잡기 전, 언론을 통제하는 권위주의 정권에 분노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언론정책을 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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