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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실에서] 서해. 카슈미르 닮은꼴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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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실에서] 서해. 카슈미르 닮은꼴 교전

입력
199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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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교전」과 남북한 해군의 「서해 교전」은 의외로 닮은 꼴이다.우선 관할 통제권과 관련한 영유권 분쟁. 식민지에서 독립해 종교를 이유로 남북으로 갈라진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의 영유권을 놓고 세 차례 전쟁을 했다. 72년 종전과정에서 충돌을 막기위해 유엔 관할 통제선이 그어졌다. 한국전쟁때 유엔군이 정전협정을 체결하며 서해에 설정한 북방한계선(NLL)과 유사한 것으로 북한이 서해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듯이 파키스탄도 카슈미르 영유권을 계속 주장해왔다.

두번째는 화력의 차이. 화력과 장비에서 열세인 파키스탄은 게릴라를 월경시켜 인도군을 기습한뒤 퇴각하는 식으로 분쟁을 부각시켜 왔다. 이번에는 침투한 게릴라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버티는 좀더 도발적 양상일 뿐이다. 하지만 인도가 전투기와 야포까지 동원해 강력한 응징에 나서는 바람에 파키스탄이 오판했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도 낙후된 함정으로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남측에 호되게 당했다.

분쟁의 외교카드적 성격도 닮았다. 인도는 카슈미르 문제가 양국간이든 국제기구 차원이든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파키스탄은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국제무대에 올려놓고 싶어한다. 북한이 서해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삼기 위해 무리하게 도발했다는 해석을 연상시킨다.

확전을 경계하는 노력도 유사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교전이 계속되지만 외무장관 회담을 시도하는 등 전면전은 피하려 한다. 양쪽 모두 핵을 갖고 있다. 남한의 억지력과 대응전력을 북한이 잘 알고, 북한의 군비도 남한에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서로 조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정(內政)교란용」측면도 흡사하다. 파키스탄의 도발 시점은 9월 총선을 앞둔 인도의 정권공백기. 햇볕정책 논쟁과 파업유도설 및 특검제 논란 등 남한의 정국불안을 겨냥해 대응을 떠보려는북한의 의도와 닮았다.

인도에서도 『바지파이 정권이 표를 의식해 과잉대응했다』 『선거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등 「북풍론」이 분분하다. 인도와의 유화정책을 시도하려는 샤리프총리에 대한 파키스탄 군부 강경파의 발목잡기가 도발의 이유라는 설도 있다. 북한 군부의 영향력에 신경을 쓰는 남한의 분석틀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서해와 카슈미르는 둘다 교전하면서도 협상해야만 하고, 대치 상태를 서로 고려해야 하지만 때로는 이용할 소지도 있는 「적대적 의존관계」의 복잡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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