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이 다시 움직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재벌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칩거」상태에 들어갔던 재벌 총수들이 최근들어 산업현장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직접 회사챙기기에 나서고 있다.특히 지난해말 자동차와 반도체 사업맞교환(빅딜)이 시작되면서 대외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과 구본부(具本茂) LG회장이 국내외 현장을 오가며 바쁜 움직임을 보여 빅딜 이후 그들의 역할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시 직접 챙기겠다 현대자동차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베르나 신차발표회를 개최한 지난 13일. 정몽구(鄭夢九)현대회장은 이례적으로 이날 발표회장에 며느리, 손자를 비롯한 가족들을 대거 동반하고 나와 판촉활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3월 회장 취임이후 업무파악에 치중하며 「조용한 활동」을 펴왔던 정회장은 18~25일에는 북미와 중남미를 오가며 판매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등 현장챙기기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정회장 뿐이 아니다. 이건희 삼성회장도 자동차빅딜의 불쾌한 기억에서 벗어나 지난달 삼성전자가 삼성본관에서 주최한 전자제품비교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일본출장을 다녀오는 등 외부활동을 재개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회장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도 이전과는 다르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IMF체제 이전처럼 국내외 현장을 자주 오가며 현장경영에 매진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이후 전경련회장단회의를 비롯한 외부활동을 기피했던 구본무 LG회장도 17일과 18일 1년여만에 지방 생산현장을 찾아 경쟁력 향상을 독려하는 등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총수권한 집중 우려도 그러나 총수들의 활동 재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정부가 재벌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의 실체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총수들이 주요 계열사의 이사로 등재돼 법적인 권한까지 갖게 됐기 때문에 총수1인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정부와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구조조정 이후 각계열사의 경영을 다지기 위해서는 총수들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원석(崔元碩) 전 동아그룹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 회사가 좌초하게 된 주요원인」이라고 밝힌 점이 총수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총수들이 한층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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