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서민대책 살펴보면…「배고픔은 해결했지만 배아픔은 달래지 못했다」
18일 발표된 「중산층 및 서민생활 안정대책」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최대희생계층인 봉급생활자와 실직자, 빈곤층에 대해 무려 2조5,000억원의 돈을 쏟아붓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리지갑」으로 통했던 월급쟁이들의 세금을 28%나 깎아주고, 소외계층에 1조1,000억원을 지원한 이번 대책은 그 규모면에서 과거의 유사대책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서민의 갈증을 얼마나 충족시킬지는 의문이 남는다.
첫째, 중산층·서민의 불만을 정부가 너무 「소득보상」, 즉 돈 문제로 몰아갔다는 점이다. 사실 「고급옷로비」사건으로 표출된 민심이반의 실체는 상대적 박탈감과 계층간 위화감의 문제다. 고통의 IMF 1년반을 참아내고, 이제 살만해졌는데도 민심은 되레 멀어졌다는 사실은 갈등의 핵심이 소득감소나 일자리 부족에만 있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금을 깎아주고, 빈곤층에 「생돈」을 안겨주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이자소득세 인하병행)이나 전문직자영업자(의사 변호사 등)과세강화 등 「조세정의」대책을 내놓았더라면 상대·절대적 박탈감 모두를 달랠 수 있었는데도 정부는 조세감면이나 예산지출확대 등 손쉬운 길을 골랐던 것이다.
둘째, 현 재정구조하에서 조세감면과 재정지출확대가 타당한지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정부는 세수여유분 5조원중 2조5,000억원만 활용하고, 나머지 2조5,000억원은 재정적자감축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5조원을 줄일 수 있었던 재정적자를 2조5,000억원만 줄임으로써 그만큼 재정은 팽창한 셈이다.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무조건 빚을 갚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최근 남북긴장관계 등을 감안할 때 하루 빨리 재정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구체적 세부담 경감내용에서도 미비점이 필요하다. 작년말 현재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중간점은 연급여 약 2,200만원(월 182만원)인데 공교롭게도 이번 대책에서 연급여 2,000만~2,400만원대 근로자들의 세금경감폭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세금의 음성탈루가 여전한 상태에서 근소세 감면으로 간접세 비중이 더 높아짐에 따라 소득배분기능은 더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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