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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칸 황긍카메라상 받은 이란영화 '하얀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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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칸 황긍카메라상 받은 이란영화 '하얀풍선'

입력
199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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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 코멘트가 불가능할 때 우화가 생긴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검열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 때문에 어른들을 등장시켜서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같은 류의 영화는 어린이 주인공을 통해 영화적 진실을 찾아가는 「우회로」였다.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 조감독이었던 자파르 파나히의 데뷔작 「하얀 풍선」(The White Balloon) 역시 이야기 구성은 단순하다. 설날(3월 21일) 물고기를 준비하는 이란의 풍습. 시장에서 파는 화려한 물고기에 정신이 팔린 7세 소녀 라지에(아이다 모하마드카니)가 어머니를 졸라 받은 물고기 살 돈을 하수구에 빠뜨려 안달하는 것이 영화의 거의 전부이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처럼 단순하지만 많은 함의를 품고 있다. 우선 이란의 현실은 그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어지럽다. 어린아이의 돈을 빼앗으려는 탁발승, 아이들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어른, 소리만 질러대는 아버지. 그렇지만 영화는 이런 것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소유욕은 밑도 끝도 없고, 막상 이루고 나면 허망하다. 물고기를 사러 간 아이는 『아까 본 것보다 작다』고 투덜댄다. 그러나 압권은 후반의 「배신」. 어려운 처지의 껌팔이 소년은 자기 돈을 털어 라지에를 돕지만 돈을 찾은 라지에와 오빠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만다. 멍하니 서 있는 소년. 아이들의 이기심을 표현했다기 보다는 인생의 단면을 그냥 드러내 보인 것이다.

영화속 시간의 흐름은 실제 영화 러닝 타임 1시간 28분 30초와 같이 흘러간다. 조용한 목소리로 삶의 한 단면을 드러낸 감독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48회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에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19일 개봉.

★★★☆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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