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금융 개혁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정부 관료의 잘못 때문이다』 『그들(관료들)은 아직 개발독재의 향수에 젖어 있고, 관치금융의 구태로 인사문제를 처리하고 있다』『어느 부처의 장관이 설령 개혁인사로 임명되었더라도 관료집단의 술수에 휘말리면 눈이 멀고 귀가 멀어 엉뚱한데 칼질을 할 수 있다』김태동(金泰東)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경제학회 주최 정책세미나에 참석, 「국민의 정부 경제개혁 정책의 성과와 추진방향」을 주제로 연설하며 이같이 밝혔다.
97년 대선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참모역할을 한 김위원장은 「국민의 정부」출범과 함께 초대 청와대경제수석으로 개혁의 청사진을 만들었고 정책기획수석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위원장은 『공무원 수가 10%정도 줄었지만 정책을 수립하는데 참여하는 공무원의 질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며 『귀한 새술이 헌 부대에 들어가 썩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위원장은 이어 『관료조직의 구성이 국화빵처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부적합하다』며 최소한 수백명의 개혁추진팀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료주의는 법령을 얼마든지 허수아비로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며 『공무원이 개혁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여전히 요원한 꿈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위원장은 재벌의 구태가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전제, 이는 재경부나 금감위 등 관련부처가 철학이 없이 과거정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경제정책을 주물러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특히 『산업자본(재벌)의 금융지배를 더이상 용인해서는 안된다』며 『투자신탁의 거대화를 즉시 중단시키고 개방형 뮤추얼펀드를 즉각 허용하는 한편 외국에 팔기로 한 은행은 조속히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은 끝으로 『개혁은 이처럼 어려운 과제』라며 『제2의 환란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학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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